하청 2천여명 합세해 공동투쟁…법인분할 갈등도 맞물려 혼전 양상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벌인 파업 투표가 가결되면서 법인분할 주주총회 전후로 틀어진 노사 관계가 더 경색될 전망이다.
특히, 파업 투표와 별개로 치른 '해고자 명예회복' 투표도 가결됐고, '하청 요구안'에도 잠재적 조합원인 사내하청 노동자 2천여명이 참여해 노조가 힘을 받는 모습이다.
◇ 노조, 59.5% 파업 가결…18일 3시간 파업
현대중공업 노조는 15∼17일 치른 올해 임금협상 교섭 관련 파업 투표 결과, 조합원 재적 대비 59.5%(투표자 대비 87%)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사측 교섭 위원 대표성 문제로 올해 5월 2일 상견례 이후 교섭을 열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자 파업 투표에 들어갔다.
가결되면서 노조는 곧 파업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6년 연속 임금 협상 관련 파업하는 것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기본급 12만3천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한 상태다.
노조는 이와 별도로 18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전 조합원 3시간 참여를 결정했다.
◇ 하청 요구안 투표에 2천200여명 참여…"원·하청 공동투쟁"
이번 투표 기간 파업 찬반과 별도로 사내하청 노동자들만 참여하는 '하청 요구안' 투표도 진행됐다.
최근 수년간 정년퇴직과 희망퇴직 등으로 조합원 수가 5천 명가량 감소하자 노조가 하청 노동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주고 조합 가입 운동을 벌이던 터라 이 투표 참여 인원이 관심사였다.
특히, 노조는 앞서 노조에 가입하는 하청 노동자가 2천명을 넘으면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원·하청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하청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원청 교섭도 마무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청 요구안 투표에는 1만1천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하청노동자 중 2천209명이 참여해 2천188명(99%)이 찬성했다.
노조는 이들을 대상으로 진단 가입 운동을 벌이고 원·하청 공동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신규 조합원 수가 2천명을 넘기면 올해 교섭에서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협력업체에 소속인 하청 조합원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요구안은 하청 노동자 임금 25% 인상, 정규직과 동일한 학자금, 명절 귀향비, 휴가비,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동일한 유급 휴가·휴일 시행 등을 담고 있다.
◇ 2달여 만에 교섭은 재개했지만…과제 산적
노사는 올해 5월 2일 상견례 이후 사측 교섭 위원 대표성 문제를 놓고 갈등하면서 2개월 넘게 교섭을 열지 못하다가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지도를 받아들여 이달 16일 교섭을 재개했다.
노사는 이 자리에서 매주 2회 교섭 등을 약속했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로 힘을 받은 분위기다.
이번 파업 투표 찬성률 59.5%는 올해 2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 파업 투표 찬성률과 지난해 희망퇴직 구조조정 반대 파업 투표 찬성률 51.7%를 넘는 수치다.
게다가 이번 파업 투표와 별개로 치러진 '해고자 명예회복 투표'도 재적 조합원 50.5%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안건은 당초 2002년 노사가 합의하고 조합원 총회에서 가결돼 해고 처리된 조합원의 자격을 회복하는 문제여서 노조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으나 이번 투표에서 가결돼 현 노조 집행부를 신임하는 결과가 됐다.
노사는 앞서 올해 5월 31일 열린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주총 반대·무효화 투쟁 과정에서 생산 방해, 폭력 행위 등을 한 것에 책임을 물어 조합원 4명을 해고하고 600명가량을 대상으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또 노조 간부 등 90여 명을 고소·고발한 상태다.
올해 교섭이 본격화하면 임금 협상뿐만 아니라, 징계 문제 등을 놓고 노사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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