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부메랑 맞을라"…日서 징용판결 보복조치 '신중론' 확산

입력 2019-07-18 10:16   수정 2019-07-18 13:49

"日기업 부메랑 맞을라"…日서 징용판결 보복조치 '신중론' 확산
마이니치 "수출 규제는 대항조치…무역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
니혼게이자이 "韓, 대체 공급처 모색…日 기업에 장기적 위험"
한일 양국 정상에 "상호 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촉구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감행한 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일본 내에서 이런 조치가 결국 자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논설위원 기명칼럼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단행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한국인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사실상의 대항(보복) 조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대상 소재로 만들어지는 한국의 반도체는 세계에서 널리 사용된다"며 "(일본의 규제 강화는) 반도체의 국제 공급망을 지지하는 자유무역을 왜곡하는 조치다. 외교와 관계없는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 대가는 무겁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마이니치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 제조사의 상당수는 한국제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아이폰 등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한국제 반도체와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며 "각국 기업의 생산에 지장이 발생하면 일본이 세계에서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이번 수출규제는 국제 분업에 금을 가게 해 (한국 기업의) 일본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반도체 소재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일본 기업이 수출처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니치는 이와 관련해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이 갈등을 겪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이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수출처를 다양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마이니치는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했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징용 문제와 관계없는 무역을 보복 수단으로 가지고 나온 것은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이념을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국의 외교적인 양보를 끄집어내기 위해 제재와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 정권이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일본은 이런 수법에 대해 비판을 해왔음에도 통상정책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해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분석기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일본 이외로부터 대체 공급자를 찾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에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일본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기업들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자의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원재료를 한 나라에 의존했다가 조달에 지장을 빚는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서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한일 정상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운동 시작을 전후해 한국에 대해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는 나라',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한국에 이런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도 "일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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