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20개 기업·기관 노사가 참여한 UCC, 8년째 해외 봉사활동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한국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때린 사건이 있었다고 하던데 너는 괜찮아?"
국제결혼을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A 씨의 할머니가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부산에 있는 손녀를 화상으로 만나 조심스럽게 건넨 첫마디다.
A 씨는 "우리 남편은 잘해준다.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할머니 옆에 앉은 그의 고모는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A 씨가 "한국에서도 그 사람(폭행 피의자)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면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수차례 달래고 나서야 친정 식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최근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이 구속된 사건으로 한국으로 딸이나 손녀를 시집보낸 베트남 친정 식구들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KT를 비롯한 우리나라 20개 기업과 기관의 노사가 참여한 나눔 협의체 UCC(Union Corporate Committee)의 글로벌 봉사단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베트남 이주여성 25명의 친정 식구 170여명을 초청, 한국에 있는 이주여성과의 화상 상봉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 베트남 친정 식구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너희 남편은 잘해주느냐"는 것이었다고 행사 관계자가 18일 전했다.
이 행사로 이주여성의 안부를 확인한 친정 식구들은 UCC 글로벌 봉사단이 1박 2일 일정으로 제공한 하노이 시내 관광과 무료 건강검진, 한복과 한국 전통음식 체험, 가상현실(VR) 체험 등을 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2년부터 8년째 해외 봉사활동을 펼치는 UCC는 또 18일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 라이쑤언 마을에서 한국으로 시집간 여성 9명과 남편, 자녀, 시부모 등 36명의 친정 나들이 행사를 마련했다.
UCC 회원사 노사가 이들의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고 라이쑤언 마을의 노후한 주택과 학교, 공중화장실 등을 개보수했다.
최장복 UCC 글로벌 봉사단 단장은 "우리나라와 베트남 국민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번 행사처럼 민간교류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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