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바키아 박테리아·방사선 조사 혼용해 83~94% 줄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질병 매개 모기를 환경친화적 방법으로 박멸에 가깝게 퇴치한 현장 실험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립대 미생물·분자유전학과 시지융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광저우(廣州)의 하중도 두 곳에서 2년에 걸쳐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야생 개체수를 83~94% 떨어뜨리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모기 퇴치에 이용해 온 방사선 조사와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 감염 등을 동시에 이용해 이런 성과를 냈다.
방사선 조사 방식은 방사선을 쏘여 불임으로 만든 수컷 모기를 방사해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함으로써 알을 못 낳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모기는 짝짓기에서 야생 수컷 모기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생존력도 낮은 한계가 있었다.
모기 기생균인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식은 수컷을 감염시켜 같은 박테리아를 갖지 않은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 할 때 불화합성을 일으켜 알이 부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컷 모기가 방사돼 야생 모기를 대체함으로써 이 방식 자체를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암컷 모기를 골라내고 방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의 암수 구분 기술로는 약 0.3%의 오차가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와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한적으로 섞어서 사용했다. 우선 모기들을 야생모기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3종(種)의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시킨 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컷 모기를 겨냥해 낮은 선량의 방사선을 쏘여 불임화했다. 수컷 모기는 이 방사선 선량만으로는 생식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암컷을 골라내지 않고도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수컷만 방사하는 셈이 된다.
그 결과, 흰줄숲모기가 부화한 알의 수는 94%가 떨어졌으며 13주간에 걸쳐 단 한 개의 알도 부화하지 않은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채집망에 잡힌 암컷 모기는 83~94%가 줄어들었으며 6주에 걸쳐 한 마리도 잡히지 않은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뎅기열에 시달렸던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모기에 물린 사례가 97% 가까이 줄어들어 처음에 이번 현장 실험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태도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시 교수는 이 방법을 시행하는데 1에이커(4천㎡)당 연간 42~66달러로 일부 살충제 살포 비용보다 적게 든다면서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비용도 더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정도의 성공을 거둔 모기퇴치 방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작은 섬의 고립된 지역에서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건물이나 도로,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모기들이 이주해와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뉴욕 센트럴파크 3개 크기의 지역에서 이뤄진 현장 실험에 주당 400만 마리의 모기를 방사해야 하는 등 규모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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