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집권 2기에 돌입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보수 힌두 민족주의 기조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아미타 샤 인도 내무부 장관은 17일 인도 상원에서 "전국 곳곳의 불법 이민자를 철저하게 찾아내 국제법에 따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도 PTI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재 인도 동북부 아삼주에서 진행 중인 시민권 등록을 통한 불법 이민자 색출 작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모디 정부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샤 장관의 말이 현실화할 경우 무슬림 등 인도 내 소수 집단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삼주의 시민권 등록 작업은 사실상 불법 무슬림을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다.
아삼주 주민은 총 3천200만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무슬림이 이번 조치로 인해 주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무슬림 대부분은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 전쟁을 벌일 때 아삼으로 와서 정착한 이들로 상당수가 이번 시민권 등록에서 배제됐다.
샤 장관은 인도국민당(BJP) 총재 시절인 지난 4월 총선 유세에서도 "불법 무슬림 이민자들은 흰개미 같은 집단"이라며 "BJP는 이들을 하나씩 골라내 벵골만에 던져 버릴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야당은 샤 총재가 여러 종교를 포용하는 인도의 국가 정체성을 공격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2014년 BJP가 집권한 후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BJP가 인구의 80%에 달하는 힌두교도의 표심을 의식하면서 여러 정책과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BJP는 이번 총선에서 인도 종교갈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의 과거 이슬람 바브리사원 자리에 힌두 라마사원을 짓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 이슬람 사원은 45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다 1992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충돌 과정에서 파괴됐다. 당시 2천여명이 숨지면서 인도 종교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힌두교도들은 이곳이 라마신이 탄생한 성지(聖地)였는데 이슬람교도에 의해 훼손됐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교도들은 수세대에 걸쳐 알라신을 숭배한 장소일 뿐이라고 맞서왔다.
아울러 BJP 집권 후 '소 도살'과 관련한 극우 힌두교도의 폭력 행위도 급증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암소 자경단으로 불리는 힌두 극우주의자들은 소 도살을 막는다는 이유로 소를 운반하거나 가공하는 이를 공격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교도들은 평소 암소를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기며 신성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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