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역할' 포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언론계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제정한 재난 보도준칙에 대해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포럼 발제에서 "보도준칙의 모호한 부분은 누가 봐도 명확한 수준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9월 재난 발생 시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기준을 담은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는 언론 재난 보도의 대표적 실패 사례지만 언론계가 반성하며 보도준칙을 제정하는 성과를 냈다"면서도 "보도 준칙의 구체성이 떨어져 실효성이 없는 문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 보도준칙 제4조 '취재는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구를 예로 들며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해 실효성이 없다"며 "'재난 피해자 또는 관련 단체 등의 항의가 있을 경우 즉시 취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명확하게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20조의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는 '인터뷰를 원할 경우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개정하고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인터뷰를 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론사들이 보도 준칙을 무시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법원에서 언론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보도준칙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실효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도 재난 피해자와 관련 명예훼손죄, 사이버 모욕죄, 사자 모욕죄, 혐오 표현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한 전북대 교수는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의 사회적 의미'라는 주제 발제에서 "한국 사회는 제도적 차원에서 위험소통 규범이 없고, 문화적 차원에서 혐오와 폭력을 막는 정서적 공감 소통체계가 갖춰있지 않아 2차 폭력의 원인이 된다"며 "언론과 미디어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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