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이번에 올림픽 나가면 여자배구 더 밝아질 것"
이재영 "무서웠던 연경 언니, 요즘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
(진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의 리더인 김연경(31·터키 엑자시바시)은 한국 여자배구를 상징하는 선수다.
김연경은 국제대회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든든한 모습으로 '우리 누나·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선수들에게는 물론 협회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김연경은 부쩍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참석한 김연경은 "'센 언니', '안 센 언니'라는 말을 누가 붙이는지 모르겠다. 저는 변함없이 똑같이 하고 있다. 스무살 때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훈련하고 있다"며 최근의 세평을 부인했다.
김연경은 올림픽만 생각한다.
대표팀은 8월 2∼4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에 출전한다. 김연경은 예선전 조 1위를 차지해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김연경은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는 이번이 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이라고 한다. 예선에서 꼭 이겨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런 김연경의 생각과 달리, 대표팀 선수들은 김연경이 조금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재영(23·흥국생명)은 "연경 언니가 올해 어린 선수들에게 더 다가오려고 하고 있다. 많이 챙겨주시고 잘해주시는 것 같다"며 "그전에는 좀 무서웠는데, 요즘은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잘해주신다"고 말했다.
물론 '김연경표 쓴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이재영은 "언니가 잔소리할 때도 있지만,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거니까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잔소리도 거의 운동 조언들이다"라고 밝혔다.
이재영의 말을 듣던 김연경은 "흉내 내봐"라며 이재영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재영이 "이 XX"라며 김연경의 거친 입담을 따라 하자 선수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3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양효진(30·현대건설)은 "언니가 외국 대회에 나가느라 대표팀에 늦게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저에게 잔소리가 와야 할 것 같은데 언니가 없으면 조용한 느낌이 든다"며 김연경의 존재감을 설명했다.
그러자 김연경은 "제가 경험이 많아서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는 한다. 그런데 감독님(스테파노 라바리니)이 저보다 말이 많으셔서 제가 굳이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있다"며 잔소리가 줄어든 이유를 말했다.
김연경은 '김연경 이후의 대표팀'도 준비하는 속내도 살짝 드러냈다.
그는 "효진이는 저와 1살 차이인데 런던올림픽부터 제 방졸(숙소의 막내)을 했다. 저 때문에 힘들어서 좋은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하면서도 "이제는 놓아주려고 한다. 효진이도 방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지금은 표승주(27·IBK기업은행)와 방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효진이와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되겠다는 말을 가끔 한다. 둘 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은퇴하기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2009년 일본프로배구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터키, 중국 등을 거치며 세계 무대에서 뛰었기에, 한국 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많이 생각하고 걱정한다.
그는 "10년간 외국에서 뛰면서 우리나라 배구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많이 걱정하기도 했다. 외국의 좋은 시스템에서 훈련하니 한국 배구의 답답한 면도 많이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근 한국 배구가 많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올해 대한민국배구협회에서 좋은 투자도 해주시고 훌륭한 감독님과 지도자들을 모셔주셨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정말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어 "라바리니 감독님의 배구는 제가 계속했던 배구다. 세세한 면에서 감독님은 정말 좋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대견하다"고 뿌듯해했다.
도쿄올림픽 출전 기대도 함께 커진다.
김연경은 "오랜만에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더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긴다"며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면 배구 전체의 장래가 더 밝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배구도 발전했기에, 도쿄올림픽 출전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김연경은 "항상 목표와 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먼 이야기"라며 "조금 더 훈련해서 정상에 있는 팀들과 싸워야 한다"며 올림픽 예선전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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