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들 美대사 지명 강행 시사…정치권서 '네포티즘' 논란 계속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대에도 자신의 셋째 아들을 주미 대사로 지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이래 주미 대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을 주미 대사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브라질 주요 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중도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 정부와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 중도우파 브라질민주운동(MDB)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대미 외교를 싸잡아 비난한 것과 마찬가지다.
전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03년 이래 주미 대사가 브라질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 미국 정부도 에두아르두 의원의 주미대사 지명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타비우 두 헤구 바후스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에두아르두 의원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족들을 국정운영에 개입시키는 방식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야권은 전형적인 '네포티즘'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네포티즘은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명예 등을 부여하는 친족 중용주의를 의미하며 흔히 족벌정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법조계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연방대법원의 마르쿠 아우렐리우 멜루 대법관은 에두아르두 의원을 주미 대사에 지명한 것은 네포티즘으로 볼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 상원의원은 "네포티즘으로 인정되면 주미 대사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에두아르두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에두아르두를 주미 대사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5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정치인이다. 장남 플라비우는 연방상원의원, 차남 카를루스는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이다.
에두아르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같은 사회자유당(PSL) 소속으로 현재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0일로 35세가 되면서 브라질의 공직 관련 법에 따라 대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채웠다.
에두아르두가 주미 대사로 임명되려면 상·하원의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에두아르두는 올해 초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비선 외교 실세로 통하며, '실질적인 외교장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트럼프 정부에 몸담았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과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해 브라질 대선 당시에는 배넌과 만나 대선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으며, 배넌의 정치 컨설팅 단체 '더 무브먼트'에서 중남미 지역의 담당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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