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배품종 신화·창조, 사과품종 썸머킹ㆍ썸머프린스 기대주 부상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 때 우리 식탁을 점령했던 일본 과일 품종을 대신할 토종 품종이 속속 개발돼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과일의 대표 주자인 신고 배, 쓰가루(아오리) 사과, 후지 사과 등은 모두 일본 품종이다.
매년 7월쯤이면 맛보는 여름 사과 쓰가루는 사실 덜 익은 채 유통된 것이다.
8월 말은 돼야 제대로 익는 품종이지만 시장 수요 때문에 7월 초부터 50일가량 빨리 덜 익은 채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 품종의 사과 껍질이 두껍게 느껴지거나, 떫은맛이 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흔히 '부사'로 부르는 가을 사과 '후지'도 일본서 유래했다. 이 품종은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배는 사과보다 일본 품종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하다. 국내 배 품종의 절대다수인 87%가 일본 신고 품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 특히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해에는 사과·배의 품질이 떨어져 농가가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신고 배의 경우, 통상 10월 상순부터 출하가 시작되고, 남부 지방이라 하더라도 9월 하순은 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는데 작년처럼 추석이 9월에 찾아오면 '대목'에 맞추고자 생장조절제로 크기를 키워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생장조절제를 맞힌 배는 과육의 단단함이나 식감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배를 외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배 재배면적은 2017년 1만837㏊로, 2007년 2만2천563㏊보다 5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과는 배보다는 상황이 낫다. 후지 사과도 수확 철이 10월 하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토종 품종 '홍로'가 9월 상순부터 나와 수요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일본 품종들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점은 이를 대체할 토종 품종의 개발이 얼마나 절실한 지를 일깨워준다.
농진청은 이른 추석에도 출하할 수 있는 고품질 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9월 상순·중순에 내놓을 수 있는 새 품종 '신화'·'창조'를 개발한 바 있다.
두 품종은 이르면 올해나 내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릴 계획이어서 추석 선물 용도로 기대를 모은다.
농진청은 "우리 배 '신화'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사례를 만들어 껍질째 먹는 배 등 기존 품종과는 맛과 기능에서 차별화된 신품종을 생산자·소비자·유통업자가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름 사과 쓰가루를 대체할 국산 품종 '썸머킹'과 '썸머프린스'도 개발돼 올해 약 180t이 시장에 풀린다.
이 두 품종은 과즙이 풍부하고 조직감이 우수한 데다가, 당도와 산도 비율이 높아 쓰가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썸머킹은 2013년 봄부터 묘목 보급을 시작해 경남 함양, 경북 군위·김천·영양·영주, 충북 보은 등에서 재배한다. 썸머프린스는 2016년 봄부터 묘목 보급을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다.
농진청은 "썸머킹은 쓰가루보다 20% 더 높은 가격으로 팔려 농가 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딸기는 우리 손으로 만든 품종 '설향'이 대박을 터트려 오히려 일본에 적극적으로 수출되는 경우다.
충남 딸기연구소에서 개발한 설향은 농진청·도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대학이 협력해 개발한 고품질 재배기술로 일본 품종을 대체하고 대표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설향 덕분에 2005년 9.2%에 그쳤던 국산 딸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94.5%로 급증했고, 수출액도 2005년 440만 달러(약 51억원)에서 지난해 4천800만 달러(약 567억원)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국산 딸기는 지난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가 한국 딸기 맛에 감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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