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지난 1일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이후 이들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가 시작된 가운데, 이들 중 30여명이 대만으로 몸을 피했다고 대만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대만 빈과일보 인터넷판은 홍콩 빈과일보 인터넷판을 인용해 30여명이 대만에 도착해 정치적 망명을 모색 중이며, 앞으로도 30여명이 대만에 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들은 대만 각 지역에서 비정부기구(NGO)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신해 대만 정부와 교섭 중인 한 관계자는 "대만 측이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대만으로 피한 시위자들이 홍콩 경찰에 체포 또는 기소를 당한 기록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에는 '망명법'이 없어서 '정치적 망명' 명목의 장기 체류가 불가능하므로 '람윙키(林榮基) 방안'을 참고해 이들의 비자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을 대만 당국이 검토 중이다.
홍콩의 출판업자인 람윙키(林榮基)는 2015년에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판매한 혐의로 중국으로 강제 연행돼 구금된 경험이 있어 송환법 입법이 추진되자 지난 4월 말 대만으로 거처를 옮겼다.
관련 법규가 없어서 고심하던 대만 내정부 산하 이민서(출입국관리소)는 지난 5월 람윙키의 체류비자 기한을 다시 2달 연장했다.
람윙키는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음이 아프겠지만 홍콩의 미래가 밝지 않다면 떠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여명의 홍콩 시위자가 최근 대만으로 건너와 정치적 망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들의 대만 입국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한 대만 변호사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대만에서 거류 연장을 신청 중이지만, 홍콩 입법회 점거 당시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어서 이들의 시위 참가 여부를 대만 정부에 증명하느라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대륙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대만 정부는 거류 연장 신청을 받으면 인권 존중의 원칙 하에 '홍콩·마카오 관계 조례'와 관련 법률에 따라 타당하고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브해 우방국을 순방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지난 18일(현지시간) 홍콩 시위자의 정치적 망명 타진에 대해 인도주의에 입각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섬(대만)의 어떤 사람들에게 이때 튀어나와 자비를 행하는 척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들은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사람들일 뿐"이라며 차이 총통을 비난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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