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수출 농가 "수출 규제로 트집 잡히지 않을까" 걱정
일본은 한국 농수산물 최대 수출시장…상반기 수출은 둔화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태수 기자 =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파프리카, 김 등 일본으로의 수출이 많은 농수산물까지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농식품과 수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상반기 대(對) 일본 수산물 수출액 4.1% 감소, 농식품도 증가 폭 둔화 =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농수산물 수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월 1일∼7월 1일 일본으로 수출한 수산물은 3억6천100만 달러(약 4천2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수산물 총수출액은 12억8천200만 달러로 7.3% 증가했지만 1위 수출 대상국인 일본 수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이 34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한 가운데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6억9천만 달러로 2.7% 늘었다.
하지만 대 중국 수출액이 5.1%, 미국은 8.9%, 베트남이 11.1% 각각 증가하는 등 주요 시장 수출액이 대폭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작다.
◇ 파프리카 수출 99%가 일본으로…농가 전전긍긍
농식품과 수산물 모두 일본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 이들 상품에 대한 일본의 수입 규제가 현실화하면 피해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으로는 농식품에서는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를, 수산물에서는 김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할 정도로 컸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국회 업무 보고에서 "아직 구체적 조치가 일본에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농산물 수출로까지 번질 경우, 일부 신선 채소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장관은 "매년 일본에 13억 달러(약 1조5천200억원)를 수출하고, 파프리카는 1억 달러(약 1천172억원)를 수출한다"며 "우리들로서는 농산물 수출이 일본과 보완 관계에 있는 품목이 많아 그런 부분을 중심으로 설득과 대응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파프리카 농가들은 일본 수입 규제가 현실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명동주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회장은 "지금까지 특별한 동향은 없다"면서도 "일본 수출 물량은 표본 조사 방식으로 검역을 받고 있는데, 농약 기준량이 초과하는 사례 등이 발생해 트집이 잡히면 전수조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트집 잡힐 거리를 만들어 주지 말자는 취지에서 소속 농가에 농약 사용량을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최근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 올해 최대 기록 전망 김 일본 수출에도 영향
수산물 수출도 양국 관계 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일본 수출 수산물인 김은 일본의 김 흉년으로 올해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하반기 수출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김 전체 수출액 5억2천500만 달러(약 6천239억원) 가운데 22.5%인 1억1천800만 달러(약 1천402억원)가 일본으로의 수출이었다.
김 업계와 해수부는 올해 일본의 국내 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입할 가능성이 커 김 수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한국에 패소한 뒤 사실상 '보복 조치'로 지난달부터 한국산 넙치와 생식용 냉장 조개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정부는 일본·중국·미국 등에 집중된 농식품 수출 시장을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신북방 지역으로 다변화해 나가기로 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를 위해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aT 신규 지사를 개설했다.
aT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 중심 도시이자 러시아를 필두로 몽골·카자흐스탄 등 신북방·유럽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 도시"라며 "이번 지사 신설로 신북방 시장 개척을 위한 실행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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