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민자통합센터 운영 드림트리 다문화학교 학생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하는 이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자녀 교육이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낯선 나라에 온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느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고 성년이 된 후 니트(NEET·학생이나 취업자가 아니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청년)족이 되기도 한다.
2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이민자통합센터에서 만난 선명원(중국·19), 씨니낫 캄쿤(태국·19), 브리타 카스파(미국·14), 김민성(중국·16)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 생활을 시작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이들은 한국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쉽게 입을 열지 않았지만, 자신의 꿈과 장래 희망을 당차게 이야기할 줄 아는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수학·과학은 싫어하며 게임을 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깔깔대는 것도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입국 후 정규 교육 기관에 다니던 이들은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현재 고양이민자통합센터(센터장 김세영)가 경기도교육청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드림트리 다문화 학교에서 생활 중이다.
드림트리 다문화 학교에는 30∼40명의 중도입국 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교과 수업, 한국어 수업 이외에도 동아리 활동, 진로 수업, 민주시민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지난 2016년 한국에 온 선양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다 이곳으로 오게 됐다. 아버지와 친가 쪽 모두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에 살고 있지만, 중국인인 어머니는 선양과 떨어져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지낸다.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선양이지만 친구들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순탄치 못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데 그때는 정말 화를 많이 냈고 성격도 급했다"며 "중국에서는 수행평가라는 게 없었다. 친구들과 수행평가를 하는데 저도 부족했고 친구들도 배려해주지 않아 많이 싸우고 갈등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인 아버지, 태국인 어머니와 함께 태국에서 지내다 온 씨니낫의 한국 적응은 선양보다 힘들었다.
17살인 2017년에 한국에 왔지만 씨니낫을 받아주는 학교는 없었다. 일반 학교 입학을 하지 못한 채 씨니낫의 비자가 만료됐고 어렵게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았지만, 그 학교도 외국인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의 입학을 최종 허가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기간 씨니낫의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친구처럼 지내던 친언니는 성인이라 한국에 오지 못한 점도 그의 외로움의 이유 중 하나다.
씨니낫은 "처음 부모님이 한국에 가자고 했을 때 언니, 친구들과 어떻게 떨어져 지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고 울먹이며 "학교에 가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혼자 TV를 보며 지냈다"고 떠올렸다.
카메룬 국적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미국 태생 카스파와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중국에서 지낸 김 군도 부모님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지만 서툰 한국말 탓에 중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는 벅찼다.
지친 시기 다문화 대안학교에 온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나가며 서서히 한국에 적응 중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선양은 지난 5일 경기도청 주최로 열린 제10회 전국다문화가족 말하기 대회 이중언어 말하기 분야에서 장려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
그는 "최근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심리학 공부를 앞으로 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니낫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후 대학교에 입학해 유학 비자를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씨니낫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영어'를 꼽을 만큼 한국어, 교과 수업에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스파의 장래 희망은 체조 선수다. 서툰 한국어 탓에 말수가 적은 카스파는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옅은 미소를 띠며 '체조'라고 단번에 대답했다.
카스파는 "미국 유명 체조 선수인 가브리엘 더글러스가 롤모델"이라며 "더글러스처럼 유명한 체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게 말했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이들이 꿈꾸는 방학 계획은 한국 청소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니가 있는 방콕에 다녀올 예정이에요.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언니랑 많이 먹고 오려고요"(씨니낫 캄쿤)
"에버랜드, 에버랜드에 꼭 갈 거예요. 부모님이랑 약속했어요"(브리타 카스파)
"아이돌 오디션을 보러 다닐 거예요. 아이돌 그룹 보컬이 되는 게 꿈이거든요"(김민성)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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