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조직위 "IOC 위원장이 도쿄 준비상황을 '올림픽 신기록'이라고 평가"
메인스타디움 90% 공사 완료해 11월 완공 무난…테러·자연재해도 대비
'다양성과의 조화' 내세우지만 보복성 '韓 수출규제'로 부정 영향 우려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과거 대회와 비교했을 때 도쿄대회 준비는 올림픽 신기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6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전화 회의 형식으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조직위원회로부터 대회 개막 1년여를 앞둔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다.
대회조직위를 이끄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회장은 보고회를 마친 뒤 "IOC가 준비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진행되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쿄 대회 준비 상황이 '올림픽 신기록'에 해당한다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총평을 공개했고, 이를 일본 언론은 크게 보도했다.
도쿄도(都)가 1964년에 이어 56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2020 하계올림픽에 일본은 사실상 중앙정부 차원에서 총력 태세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첫 올림픽을 개최한 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것처럼 내년도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도쿄도와 대회조직위, 그리고 일본 중앙정부는 대회의 차질 없는 개막을 준비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개막 1년여를 앞두고 개·폐막식 등 주요 이벤트가 펼쳐질 메인스타디움을 비롯한 경기장 시설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신주쿠(新宿)에 조성되는 메인스타디움인 '신국립경기장'의 경우 현재 지붕 작업이 끝나고 관람석 설치와 트랙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 공정 진척도로 따지면 약 90%가 마무리돼 예정대로 오는 11월 말쯤 완공할 것으로 조직위 측은 전망하고 있다.
열전의 무대가 펼쳐질 33개 종목별 경기장에서는 진짜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것을 상정한 시범경기가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
조정·카누 경기장에서는 이미 지난 6월 준공을 기념하는 시험 레이스가 펼쳐졌다.
약 1만8천명 규모의 선수단을 수용할 선수촌은 골조 공사를 거쳐 내외장 공사가 한창인 단계여서 원래 목표한 올 12월쯤 준공이 가능한 상황이다.
도쿄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에 조성된 선수촌은 24동 규모다.
일본은 경기 인프라 외에 편하고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안전 올림픽을 위해 도쿄의 관문인 나리타공항에 대(對)테러부대를 배치한다.
폭발물 등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응하는 전문부대를 공항 경비대에 편성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각 경기장과 주변 역을 잇는 길에는 총 140대의 방범카메라를 설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일본 공안청은 최근 전국 공안조사국장 회의를 열어 세계인의 주목도가 높은 올림픽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형태의 테러를 상정해 대응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개최하는 도쿄도 당국은 올림픽 기간의 교통혼잡 해소 대책을 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곽을 제외하고 서울 면적 크기인 도심부 23구를 기준으로 약 1천만명이 거주하는 도쿄도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 출퇴근 시간대 교통혼잡이 극심하다.
특히 하키 경기가 열리는 시나가와(品川)구의 오이(大井)부두 근처 경기장 등의 주변 도로는 차량정체가 늘 심각한 상황이어서 선수나 대회 관계자가 탄 차가 정체구간에 갇히면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림픽 기간에 원활하게 경기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올림픽 교통 대책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대회 기간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이나 자택 근처의 별도 업무 공간에서 근무토록 하는 '텔레워크'다.
도요타, 혼다, NTT, NEC, 후지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와 도쿄도 요청에 따라 이미 내년 올림픽 기간에 텔레워크를 본격 시행키로 했다.
121개 계열사에 직원 15만여명을 두고 있는 NTT 등 일부 대기업은 사전 준비 작업으로 올여름부터 텔레워크 시험 운용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올림픽 기간의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혼잡시간대 도심 진입 차량의 통행료 인상, 차량번호 끝자리 수 기준 통행 규제 방안, 합승차량 전용차로제 도입 등의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기후·지형적 특성과 연관된 혹서, 호우, 지진 등 경기 진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대비책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조직위는 내년 대회 기간에 하루 중 최고 기온이 35℃를 넘는 날이 이어질 것으로 가정해 시험 경기를 치르면서 대책을 검증하고 있다.
시설 면에서는 주경기장의 경우 혹서 상황을 고려해 바깥에서 관람석 쪽으로 바람이 잘 통하도록 지붕을 설계했다고 한다.
또 주경기장 관람석 위쪽에는 185대의 대형 팬을 설치해 인위적으로 운동장 쪽에 시원한 바람을 보낼 수 있다.
주경기장은 출입문 부근 등 곳곳에 공기 중으로 연무를 내뿜는 장치도 갖출 예정이다.
마라톤 코스를 포함해 선수단 이동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코스 136㎞ 구간에는 노면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열 차단 포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대 8℃ 정도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가로수의 그늘을 늘리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호우 및 태풍 대책으로는 관련 기상 정보를 신속히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7월부터 9월까지 일본에 상륙한 태풍이 5차례나 될 정도로 잦았다. 또 여름 동안의 게릴라성 호우는 일본 전역에서 3천500차례나 관측됐다.
조직위는 내년 올림픽 기간에 특화한 기상 정보를 수집하기 10명 정도로 구성된 기상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기상센터는 분석한 정보와 함께 온열 질환 대책 등을 선수진과 관람객들에게 스마트폰 앱으로 신속히 전파하게 된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지난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부분의) 검증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확실하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본이 내년 도쿄올림픽의 3대 콘셉트 중 하나로 내세우는 '다양성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선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
다양성과의 조화는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 등 모든 면에서 다름과 차이를 긍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서로를 인정함으로써 사회는 진보한다는 개념이라고 도쿄도와 조직위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2020도쿄올림픽을 전 세계인이 다양성과 조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해 공생 사회를 양성하는 계기가 되는 대회로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조직위 측은 각국 선수단의 대회 참가에 필요한 ID 등 전자정보를 북한에만 주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제공하는 등 스스로 제시한 비전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한국을 겨냥해 보복성으로 취한 수출 규제가 내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