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부다페스트에서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저, 아주 경기를 망친 건 아닌 거죠."
박예린(19·강원도청)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여자 접영 100m 예선 탈락이란 결과는 아쉽지만, 걱정했던 '최악의 결과'는 아니었다.
박예린은 21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예선에서 58초99로, 5조 10명 중 9위, 전체 5개조 52명 중 21위에 올랐다. 상위 16명이 받는 준결승 진출권은 얻지 못했다.
경기 뒤 만난 박예린은 "경기 전에 '58초대만 뛰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8초99가 나오니까, '조금 더 신경 써서 잘할걸'이란 아쉬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딱히 큰 부상이 있진 않지만, (7월 15일에 끝난) 나폴리 유니버시아드를 치르고 광주에 오니 시차 적응 문제, 수면 부족 등에 시달렸다"며 "마음은 정말 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대회가 다가오는 게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박예린은 5월 열린 대표팀 선발전에서 한국 기록(57초07)을 보유한 안세현을 제쳐 주목받았다. 안세현은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 여자 접영 100m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세현을 이긴 선수'라는 수식어는 박예린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는 "당연히 안세현 선배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다. 세현 언니를 보는 시각으로 나를 볼까 봐 무섭기도 하다"며 "그래도 그 부담감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다음 세계선수권에서는 세현 언니와 함께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박예린은 5월 대표 선발전에서 기록한 58초 73보다 저조한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그러나 그는 "이제 막 성인이 됐다. 지난해까지는 학교 수업도 받아야 했고, 정말 수영 외에도 할 게 너무 많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기록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58초99가 최악은 아니다. 이제 열심히 수영에만 전념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은 미래를 그렸다.
박예린은 2년 사이에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2년 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는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몸이 얼어붙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한국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도 박예린에게 자긍심을 안겼다. 그는 "솔직히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을 치를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광주 남부대 수영장이 완전히 바뀐 걸 보고 '이게 예전 그 수영장인가'라고 놀랐다. 시설은 2년 전 부다페스트 대회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선수촌 시설도 정말 좋다. 내가 지은 건 아니지만, 참 뿌듯하다"고 했다.
이제는 박예린은 뿌듯함을 안길 차례다.
박예린은 "한국에서 큰 대회가 열린 덕에 응원도 많이 받았다. 언니들과 함께 치르는 혼계영 400m(28일)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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