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282mm '물 폭탄'…저지대에 만조까지 겹쳐 피해 커져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어제는 모가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조금 고개가 나왔네."
21일 오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대곡마을에서 만난 황금석(84)씨는 경운기를 몰고 물에 잠긴 논을 돌아봤다.
허리춤까지 차올랐던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지만, 아직도 황씨의 논은 물에 잠겨 모가 보이지 않았다.
장대비가 쏟아진 20일에도 황씨는 경운기를 몰고 논을 보러 왔다.
황씨는 "7∼8년 전 한번 물에 잠깐 잠긴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논이 전부 다 잠긴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워낙 비가 많이 내린 데다 배수장에 수풀이 쌓여 막히면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비에 잠긴 논은 일본강점기 때 관기 방조제를 막아 조성한 간척지로 250여ha에 이른다.
태풍이 지나가고 비는 그쳤지만, 간척지는 거대한 강으로 변해 있었다.
간척지 옆 도로도 3곳이나 물에 잠겨 높이가 낮은 승용차는 차를 돌려야 하는 등 여전히 통행이 불편했다.
여수 지역에는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19일부터 사흘간 282.5mm가 내렸다.
19일 오후 7시에는 시간당 강수량이 42mm를 기록했다.
폭우가 쏟아지자 관기 배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여수지소는 배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했으나 물에 떠밀려온 수초가 배수문을 막는 바람에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특히 만조 시간이 겹치면서 관기 저류지 물이 바다로 흐르지 못해 침수 피해가 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중장비를 동원해 배수문에 쌓인 수초를 걷어내고 펌프를 돌려 물을 빼고 있다.
포크레인으로 퍼 올린 수초가 배수장에 산처럼 쌓였지만, 도로까지 넘쳐난 물은 쉽게 빠지지 않고 있다.
침수 피해를 본 간척지가 저지대인 데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에서 흘러나온 물까지 간척지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흘간 제거한 수초는 25t 트럭 80여대 분량에 달한다.
농어촌공사는 농민들이 빨리 복구에 나설 수 있도록 이날 오후까지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배수장에서는 펌프 5개를 가동해 분당 1천250t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관기 배수관문에 설치된 수문 10개도 모두 열어 저류지 물을 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권성윤 한국농어촌공사 여수지소장은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 항상 관리 수위보다 40∼50cm가량 낮게 유지를 하는데 이번에는 만조가 겹친 데다 수초가 수문을 막아 순식간에 침수가 됐다"며 "인근에 있는 순천지소 직원들까지 작업에 투입해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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