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쑨양 "시상대 오르지 않은 호턴, 중국을 존중하라"

입력 2019-07-21 21:31   수정 2019-07-21 22:15

[광주세계수영] 쑨양 "시상대 오르지 않은 호턴, 중국을 존중하라"
도핑 논란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직접 와서 보라"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도핑 논란'에 휩싸인 쑨양(28·중국)이 자신을 자주 저격하던 맥 호턴(23·호주)에게 "개인을 무시하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쑨양은 21일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4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쳤다.
호주의 맥 호턴(3분43초17)과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데티(3분43초23)가 뒤를 이어 터치패드를 찍었다.
레이스를 마친 뒤, 호턴은 쑨양과 손을 마주쳤다.
"쑨양은 라이벌이 아닌 금지약물 복용자"라는 강한 수위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호턴이 이날만큼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다.
호턴은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도 "그가 어떤 행동, 무슨 말을 하건 내가 할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시상식 말미에 호턴은 쑨양과의 기념 촬영을 거부하며 또 한 번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 홀로 참석한 쑨양은 이 장면을 떠올리며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렇게 나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쑨양이 자주 하던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이날 쑨양은 수위를 조금 더 높였다. 그는 "호주 선수(호턴)가 내게 불만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나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나섰다. 쑨양 개인을 무시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애국심'까지 건드린 쑨양의 발언에 감탄사를 내뱉은 중국 취재진도 있었다.
쑨양과 도핑은 이번 대회 주요 화두다.
쑨양은 지난해 9월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의 활동을 방해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쑨양은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렸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쑨양을 '경고 조처'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실효성이 없는 징계'였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쑨양의 징계와 관련해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재판을 미루면서 쑨양은 광주 대회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이런 쑨양을 비판하던 선수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호턴이다.
하지만 쑨양은 이번 광주 대회에서 호턴을 누르고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4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최초의 4연패다.




쑨양은 "이 종목 4연패는 역사적인 일이다. 중국 수영 선수가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은 낸 적이 없다"며 "나와 중국 경영 선수들을 위한 좋은 출발이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나도 실패를 했다. 그 실패를 딛고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까지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다"며 "내가 이룬 성과의 요인을 알고 싶다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직접 와서 보라"라고 말했다. 그는 도핑 의혹을 의식한 듯 '노력'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던진 한마디도 강한 메시지가 담겼다. 쑨양은 "오늘만큼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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