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강경론자 英 총리…'노 딜' 현실화하나

입력 2019-07-23 20:13   수정 2019-07-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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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강경론자 英 총리…'노 딜' 현실화하나
존슨, "합의 여부 관계없이 10월 31일 EU 탈퇴" 거듭 밝혀
EU는 재협상 불가 방침 고수…기싸움 지속될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차기 총리에 대표적인 브렉시트(Brexit)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내정되면서 영국이 오는 10월 31일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슨 내정자는 원래부터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아니었다.
그는 2013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브렉시트에 찬성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보내는 정치적 신호,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지가 진짜 문제다"면서 "그것이 내가 망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도 EU 탈퇴와 잔류를 각각 지지하는 칼럼을 써놓은 것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현지언론들은 존슨 내정자가 태생부터 유럽회의론자였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브렉시트 지지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마음을 굳힌 존슨 내정자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와 달리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다.
이후 브렉시트에 대한 그의 신념은 굳어졌고, 이번 보수당 대표 경선과정에서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존슨 내정자는 오는 10월 31일을 기해 무조건 EU에서 탈퇴한다는 입장이다.
존슨 내정자는 당대표 경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패배를 의미한다. 연기는 코빈(노동당 대표가 정권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하면 우리 모두 죽게 될 것(kick the bucket)"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노 딜'에 충분히 대비해야만 오히려 합의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경제적 충격을 우려한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지 못하도록,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아예 의회를 정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존슨 내정자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전임자인 메이 총리의 사퇴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을 진두지휘해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지지자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고, 결국 메이 총리는 당초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기를 두 차례 연기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이를 완수하지 못한 채 정치권의 분열만 커지자 메이 총리는 결국 조기사퇴라는 궁지에 몰렸다.



문제는 존슨 내정자가 과연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존슨 내정자는 경선과정에서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단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전장치에 종료시한을 넣거나, 영국에 일방적 종료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양측이 재협상한 뒤 영국 의회 승인을 추진하는 대안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존슨 내정자는 종료시한이나 일방적 종료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포함해 안전장치와 관련한 주석이나 보충서 등으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고 있다.
즉 '안전장치'를 아예 들어내야 하며, EU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노 딜'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EU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안전장치'를 포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타협이나 양보 의사를 나타내지 않으면 오는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지난 18일 펴낸 보고서에서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를 할 경우 2020년 말까지 ('노 딜' 브렉시트를 하지 않았을 경우 대비) 경제 규모가 2% 축소되면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네덜란드의 GDP는 4%, 벨기에는 3.5%, 아일랜드는 7∼8%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노 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경제에 모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측이 이를 피하기 위해 막판까지 접점 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측은 벌써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을 포함한 유럽 주요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친구들이 (브렉시트) 연기를 위한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열린 자세로 그들의 말을 들을 것"이라며 브렉시트 추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합의 없이 이뤄지는 브렉시트는 양측에 엄청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내정자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후보자와 총리로서의 입장이 다른 만큼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자신의 핵심 지지세력인 EU 탈퇴 찬성론자들을 어떻게 달랠지가 관건이다. 최악의 경우 총리직 수개월 만에 불신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존슨 내정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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