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1강' 주도권은 유지했지만, 개헌발의선 붕괴에 타격
'한국때리기' 효과 제한적 관측…'보복조치' 계속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권이 '절반의 승리와 절반의 패배'를 거뒀다.
여권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한 개헌 세력은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22일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50분 현재 선거 대상 124석 중 9석의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56석과 13석을 얻어 여권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민·공명 양당에 일본 유신회 등을 합쳐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세력의 의석수는 85석 미만에 그쳐 개헌세력이 개헌발의선(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자민당은 '선거 대상 의석의 과반', '선거 대상이 아닌 선거구를 포함한 전체 참의원 의석의 과반'이라는 보수적인 기준을 '승패 라인'으로 제시했는데, 두 가지 기준 모두 달성했다.
이런 까닭에 자민당은 일단 선거에서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헌 세력의 개헌 발의선 확보 실패로 아베 총리의 야심인 개헌 추진 동력이 약화된 만큼 여권의 승리는 '반쪽짜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절반의 실패'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국 때리기' 전략이 제한된 수준으로만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은 2년 전인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한 '북풍(北風)' 전략을 써서 낙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한국 때리기' 전략을 썼다.
이번 선거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에 맞춰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놨고, 자민당은 후보자나 선거운동원 등에게 유권자들을 만날 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언급하라는 조언을 지침으로 내놓으며 한국에 대한 보복을 선거에 활용할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운동 기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한국을 향한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18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발언 중간에 말을 끊고 '무례하다'는 말을 한 것도 돌발 행동이 아니라 계산된 액션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베 정권의 보복 조치에 대해 일본 기업들도 '부메랑'을 맞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판 여론도 부각됐다.
또 한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관광 산업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고, '보복 조치가 아니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최고 7%포인트(니혼게이자이신문)나 떨어졌고, 극우성향 산케이신문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다른 한일 갈등 이슈 때에 비해 높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한국 관련 이슈는 아베 정권에 부정적인 이슈를 일정 부분 덮는데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청이 '노후에 2천만엔(약 2억1천710만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뒤 공적연금의 보장성 문제가 논란이 됐고, 오는 10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경기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런 이슈들은 한국 관련 이슈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여권의 과반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개헌세력의 개헌 발의선 확보'에는 실패한 아베 정권은 '한국 때리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안전보장상 우호국에 수출관리 우대조치를 하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계획이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의 추가 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권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얻기는 했지만, 개헌 세력의 개헌발의선 확보 실패는 개헌 세력의 중심인 아베 총리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어서 향후 아베 총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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