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사라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 '미스터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매년 7월마다 열리는 애스펀 안보 포럼은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전문가, 언론인들이 모여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연례행사이다. 초당적 논의를 위해 10년 전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7∼20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행사에는 예년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전원 불참하다시피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라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2019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연출된 미스터리였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올해 안보 포럼에는 어떤 최고위 당국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일부는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고충으로 인해 멀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애스펀 전략그룹을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 출신의 니콜라스 번스는 "예년에 참석했던 각료급 인사들 일부는 불참한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와서 그들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무더기 불참은 그만큼 국가 안보 분야에 대해서조차 자유롭게 토론하기 힘들 정도로 양극화된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풀이했다.
특히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현상을 두고 '코츠 요인'(Coats Factor)이라는 조어까지 회자됐다고 한다.
이는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해 7월 19일 이 행사에서 진행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워싱턴DC로 초청해 2차 미·러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거론했다는 뉴스 속보를 접하고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곤욕을 치른 것을 두고 나온 표현이다.
코츠 국장은 당시 포럼 진행자로부터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듣자 손을 귀에 대고 "다시 한번 말해 보라"고 한 뒤 깊은 한숨과 함께 "오케이. 멋지겠네요"라고 답해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코츠 국장의 반응에 대해 미 언론들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수장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으로 분석했고, 결국 코츠 국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하려는 뜻은 결코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코츠 국장은 그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했고, 최근까지도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난 5월 사퇴한 로드 로즌스타인 당시 법무부 부장관도 지난해 행사에서 러시아의 지난 대선 개입 의혹을 확인한 정보 당국보다는 '개입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말에 더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로 파문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는 질문 공세에 처하는 등 난감한 상황이긴 마찬가지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 결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최고위급 당국자들에게 전달된 초청장은 대부분 거절당했고, 몇몇은 수락했다가 막판에 가서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지난해 행사가 '반(反) 트럼프' 쪽으로 치우쳤다는 인식도 당국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실제 올해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정서는 여과 없이 노출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분열시키고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언급,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국가안보 위협으로 꼽고 있는 국경 장벽 문제는 이번 포럼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꼬집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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