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원인은 면역력 저하, 충분한 수면 필수"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덥고 습한 여름에는 질염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특히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많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물놀이를 하다 균에 노출되거나 더위와 휴가로 인한 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질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질염은 흔한 질환인데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은데, 방치하면 만성 질환으로 이어져 골반염까지 번질 수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질염은 질과 외음부에 곰팡이가 자라거나 세균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을 칭한다.
덥고 습한 환경에서 질 내부에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면역력 저하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각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질은 평소 pH 3.8~4.5로 강한 산성을 유지해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질 안의 산성도가 정상적인 범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하면 질염이 악화할 수 있다.
건강한 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익균 락토바실러스균이 줄어드는 등 질 내 환경 불균형에 의해서도 질염이 발생하거나 심해질 수 있다.
대개 순두부나 치즈 같은 흰색 질 분비물이 생기고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세균성 질염의 경우 분비물의 색이 회색을 띠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통풍이 잘되지 않는 꽉 끼는 바지, 레깅스, 스타킹, 속바지, 거들 등 조이는 옷을 피하고 면 속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 팬티라이너도 통풍을 방해하므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여성 청결제와 세정제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여성 청결제를 자주 사용하면 질이 건조해지고 방어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다. 또 알칼리성 세정제로 질 내부를 씻으면 질 속의 산도 균형이 파괴되고 유익균까지 공격해 질염에 더 취약해진다.
질 내부를 씻기 보다는 하루 한 번 흐르는 물로 외음부만 닦아줘야 한다. 씻은 후에는 잘 말려준 뒤 속옷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질염의 근본적 원인은 면역력 저하이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 유지, 충분한 수면과 올바른 식습관을 꾸준히 지켜야 한다.
김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서식하기 힘들어 질염 환자의 50% 이상이 재발한다"며 "만성화되면 골반염이나 방광염으로 발전하거나 임신했을 때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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