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4명 적발…'무자료 은' 거래로 60억 부가세 안 내고 15억 부당이득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세금 회피를 위해 수백억 원대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출처 불명의 은을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김명수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로 총책 박모(34)씨와 전주(錢主) 윤모(44)씨, 김모(3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바지사장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씨는 은 거래에 따르는 부가가치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2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합계 600억 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60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해외에서 밀수하거나 전자제품을 녹여 추출하는 등 출처가 불분명한 '무자료 은'의 경우 정상적으로 유통하려면 10%의 부가세를 내야 하지만, 거래에 따른 세금계산서가 있으면 이를 거의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부가세 포탈을 위한 속칭 '폭탄업체'가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세금은 내지 않은 채 단기간에 폐업하면, 여러 개의 '도관업체'(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회사)끼리 이 계산서를 주고받으며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매입세액을 공제받았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았다.
박씨는 윤씨와 김씨의 자금을 끌어들여 190억 원 상당의 무자료 은그래뉼(알갱이 형태의 은)을 매입한 뒤 이같은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해 15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실거래 업체에서 도관업체로 대금을 입금하면, 거래를 가장하기 위해 서로 순차적으로 돈을 송금한 뒤 폭탄업체 대표가 현금으로 출금해 총책에게 건네 계좌 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바지사장 A씨가 거래대금을 임의로 출금해 도주하자 윤씨와 함께 A씨의 사무실에 침입해 300만원가량을 빼앗아 특수강도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은 실제 거래로 가장하기 위해 유령업체 대표들이 실제로 은그래뉼을 순차적으로 전달한 뒤 거래사진을 촬영하거나 단가 협상을 하는 것처럼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역을 남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2014년 비슷한 수법으로 1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업자들이 남부지검에서 기소된 적 있었다"며 "당시 사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전에 증빙자료를 만드는 등 더 정교한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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