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오해 없다" 상고 기각…유치원장 벌금형·급식업자 실형 확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부풀려 받은 뒤 실제 식자재 대금과의 차액을 주고받은 유치원장과 급식업자 행위는 학부모를 속인 사기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급식비나 교재비를 빼돌려 사용한 유치원장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유무죄가 엇갈린 경우가 있었지만 사기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것은 드문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식자재 업체 대표인 로스쿨생 A(38) 씨와 영업이사 B(55) 씨 상고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A 씨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 B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또 유치원 원장 12명 상고도 기각하고 벌금 3천만원(3명), 2천만원(1명), 1천500만원(7명), 500만원(1명)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사기죄에서의 기만행위와 처분 행위 사이 인과관계, 편취 범의, 불법영득 의사, 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A, B 씨는 2014년부터 2년간 학부모에게 부풀린 급식비를 청구한 뒤 실제 식자재 대금과 수수료 10%를 뺀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주기로 부산·울산지역 68개 유치원장, 163개 어린이집 원장과 이면 계약을 맺었다.
이런 수법으로 A, B 씨는 장부상 91억원 규모 매출을 올려 절반가량인 44억여원을 현금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되돌려줬다.
리베이트 금액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었다.
A, B 씨는 돌려준 금액을 모두 식자재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허위 계산서까지 만들어 원장들에게 주며 영업을 확대해나갔다.
1심은 "실제 급식비로 지출된 금액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리베이트를 급식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급식비 일부를 돌려받기로 했다면 유치원장들이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정을 알릴 의무가 있지만, 학부모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사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리베이트만큼 급식 서비스의 질과 양적인 수준 저하가 불가피했고 유치원장들이 돌려받은 급식비를 다른 급식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더라도 범행 이후 일이라 사기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리베이트를 유치원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되돌려받아 사적으로 지출한 점으로 미뤄 불법으로 급식비를 빼돌린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죄인 유치원 원장과 달리 어린이집 원장 12명은 급식비 지원 주체가 학부모가 아닌 국가 또는 지자체여서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유치원 리베이트 사건은 주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지만 빼돌린 돈의 성격과 사용처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렸다.
지원 목적과 용도가 정해진 국가보조금의 경우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되지만, 학부모가 낼 돈을 국가가 대신 납부한 지원금은 유치원장 사적 재산에 포함돼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무죄가 된 판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유치원 리베이트 사건에 사기죄를 적용하면 빼돌린 돈의 성격이나 사용처에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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