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영화 개봉 앞두고 화상 간담회
"마녀사냥 종북몰이 당해…몇몇 탈북자가 北 악마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다시 모국에 간다면 남과 북을 동시에 다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 출국당한 재미교포 신은미(58)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 개봉에 앞서 입을 열었다.
그는 22일 광진구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상 전화를 통해 "이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신 씨가 입국 금지됐기 때문에 간담회는 화상 연결로 진행됐다. 화질이 고르지 못하고 중간중간 신 씨 말이 끊기기도 했다.
'앨리스 죽이기'는 지난 2014년, 신 씨가 국내에서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내고 토크 콘서트를 여는 시간 동안의 일을 담았다. 당시 신 씨 토크 콘서트가 '종북'이라고 불리고, 보수단체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이어 신 씨의 토크 콘서트 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인화 물질까지 터뜨리는 일련의 상황이 담겼다.
신 씨는 미국국적 교포로 2011년부터 북한을 몇 차례 다녀온 후 책을 펴냈으며 '종북 강연 논란' 속에 2015년 정부로부터 강제 출국당했다. 강제 퇴거 처분으로 5년간 재입국도 금지됐다.
그는 정부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간담회에서 신 씨는 "그 당시 잘못된 판단으로 내가 출국당하고 5년 동안 입국 금지가 됐지만, 남녘땅은 내 영원한 모국이다. 지금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며 "지금 남북 관계가 좋아졌고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역사적 대전환의 시기가 됐으니 더욱 모국에 가고 싶다. 다시 가면 남과 북을 동시에 다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이 "종북몰이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신 씨는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하면서 '빨갱이'가 됐다. 평범한 재미교포 아줌마가 느낀 점을 나눈 이야기가 화제가 돼서 두 달 동안 하루를 쉬지 않고 왜곡 보도가 이뤄졌다"며 "황당무계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분단 문제는 엄청나게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사람을 마비시키는구나 싶었다. 더욱 민족의 화해·통일을 염원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직도 북에 대해 가짜뉴스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TV에 나오는 몇몇 탈북자들이 허무맹랑하고 북을 악마화하는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에 관한 현지 관객 반응과 관련해 "재미교포들은 엄중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지만, 외국 친구들은 마치 코미디를 보는 반응이었다고 한다"며 "미국은 언론·표현의 자유가 있는 곳인데 개인의 취향과 팩트를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자체에 의아해했다.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감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는 당시 신 씨의 토크 콘서트장에서 인화 물질을 터뜨린 사람의 인터뷰도 싣긴 했으나, 대체로 균형 잡혀있다기보다는 신 씨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신은미는 이성적 피해자로, 그의 토크 콘서트를 반대하는 쪽은 비이성적이며 때론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종북'과 관련된 일이라면 우리 사회가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연출을 맡은 김상규 감독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사실의 조각을 나열하고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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