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인종차별주의자보다 더 나빠", 백악관 "동정심 많은 사람"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주말에도 미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민주당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이 차기 대선 구도를 인종 대결 양상으로 끌고 가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그를 향해 '인종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열을 올렸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반대진영의 입을 닫게 만들려는 민주당의 낡은 수법에 불과하다고 역공을 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은 주말인 이날 CNN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인종차별주의자의 수사와 인종주의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무기로 우리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엘리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ABC방송의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인종차별을 당한 기억을 떠올렸다.
흑인인 커밍스 의원은 "12살이던 1962년 볼티모어 집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 들어가려다가 날아온 돌과 병에 맞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니XX'(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불렀다"며 "흥미로운 사실은 그때 지금과 같은 구호, 즉 '집에 가라. 여기는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말리아계 무슬림인 일한 오마 의원, 흑인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 등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을 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부르짖으며 과거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커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심할 여지 없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부커 의원은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보다 더 나쁘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도 공중전에 나서 엄호 사격을 했다.
백악관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장을 역임하고 트럼프 재선 캠프에 합류한 머세이디스 슐랩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와 2년 동안 일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감쌌다.
슐랩은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과 흑인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는데 집중하는 결과지향적인 대통령", "소수계 공동체에 정책을 집중하는 동정심 많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돌려보내라(send her back)"라는 군중의 연호가 이어지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그 구호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구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도 폭스뉴스 방송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었다.
밀러 고문은 '민주당 4인방'을 거론하며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미국, 지금 건설된 그대로의 미국을 혐오한다"며 "그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허물어뜨리길 원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 나라의 극좌 민주당 인사들이 그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응징하고 짓밟으려 할 때 자주 써먹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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