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찬 러프버러대 교수 "인간·기술 한계 인정하고 대응방안 접근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에서 안전 시스템을 연구하는 전규찬 교수는 22일 "영국은 사고조사위원회의 체계적인 조사를 위해 교훈을 얻는 활동에만 철저히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영국의 공개 조사 제도가 한국의 사회적 참사에 던지는 시사점'이란 주제로 연 강연회에 참석해 "영국은 책임소재를 찾는 조사와 개선안을 찾는 조사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영국은 오래전부터 국민들이 우려가 큰 여러 유형의 사건·사고들은 공개조사 제도를 통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국 내부에서도 이런 공개조사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나왔고, 산업별로 사고조사위원회를 설립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사고조사위원회는 철저히 독립성과 객관성,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철저히 교훈을 얻고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만 활동한다.
조사위원회가 형사 재판 형식의 책임소재 찾기까지 맡게 되면 여기에만 집중하다 더 중요한 개선안 마련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안전사고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기존 안전이론이나 사고 모델, 사고조사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에는 개인이나 조직의 인지능력 한계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사고를 분석하는 시스템 맵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사고가 나면 일단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지켰는지에 집중해 사고 원인을 찾게 된다.
그러나 갈수록 안전규정이 복잡해지면서 사실상 지키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 교수는 "그동안은 인간을 사고의 원인으로만 봤는데 최근에는 인간이 안전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관점을 전환해 좀 더 다양한 안전개선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조사가 의미 있는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고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인간과 기술에 대한 능력과 한계를 인정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에 이어 발표한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중대재해 조사 시 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하며,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수사 자료도 100% 법원 기록물로 분류되면서 데이터로 활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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