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주도하는 EU 난민정책에 이탈리아·몰타 등 반대
EU, 유엔산하기구·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직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연합(EU) 국가 장관들이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의 수용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아프리카·중동에서 유럽행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의 수용 문제를 놓고 프랑스·독일 등 서유럽 강대국들과 이탈리아·몰타 등 지중해 연안국들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난민·인권단체들도 EU의 합의 실패를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EU 장관급 난민 정책 조율 회의를 마치고 나서 "그 전보다는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우리는 (합의도출)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당초 EU 국가들의 난민 문제 담당 장관들은 이탈리아, 몰타 등 지중해 연안국에 도착한 난민을 신속히 분산 배치하는 기구를 창설하고, 무자격 난민의 빠른 송환을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에 합의하려고 했지만, 이견으로 이날 합의문 작성에 실패했다.
EU는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로 바다에서 조난된 난민을 가장 가까운 항구로 옮겨진다는 국제법에 따라 이탈리아·몰타 등 지중해 연안국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몰타 등은 "우리가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면서 난민선의 자국 입항을 차단해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EU 회원국이 난민을 균등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이탈리아의 내무장관 겸 부총리인 마테오 살비니 장관은 프랑스·독일이 주도하는 합의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뜻으로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국제 난민구호·인권단체들은 이날 EU의 난민 정책 합의 실패를 규탄했다.
인권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기자회견을 열어 EU의 난민 정책이 난민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불러일으킨다고 비난했다.
MSF 등 난민단체들은 EU 국가들이 지중해를 표류하는 난민 선박에 구조선도 보내지 않고 구호단체의 구조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난민들이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을 사실상 방치한다고 강하게 비난해왔다.
MSF 인터네셔널의 조안 리우 회장은 이날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다"면서 "우리는 바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MSF와 난민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노르웨이 선사의 '오션 바이킹호'를 지중해 난민구조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두 단체가 함께 지중해에서 운용했던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작년 12월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EU는 유엔 산하기구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EU는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의 주요 출발국인 리비아의 해경이 난민들의 유럽행을 막아 다시 리비아의 난민시설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지지해왔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인권단체들은 이를 비인권적 행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UNHCR과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리비아 트리폴리의 난민수용소에서 공습으로 50명 이상의 난민이 숨진 뒤 EU 측에 지중해에서의 난민 수색·구조활동 재개를 이달 초에 공식 요청했지만, EU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EU 차원의 난민구조작전인 소피아 작전의 해상활동은 난민 수용에 대한 EU 회원국 간 이견으로 지난 3월 전격 중단된 상태다.
UNHCR과 IOM 대표단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 문제를 다시 건의하기로 했다.
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지중해에서 총 426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건너가려다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지중해에서 난민선을 여기저기로 돌려보내는 일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면서 조만간 EU 외무장관 회의와 내무장관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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