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2008년 회의록 토대 보도…"가입자 확대 따라 모니터도 확대 계획"
"체제전복용 통신망 활용 차단 목적…룡천역 폭발사고 후 보안 최우선에"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북한이 2008년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면서 고위층 2천500명을 타깃으로 잡고 300 통화를 동시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계획했으며 가입자 수 확대에 따라 감시 시스템도 늘릴 예정이었다고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는 2008년 5월 28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북한 조선우편통신공사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연 회의의 회의록을 확인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오라스콤과 조선우편통신공사가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 북한에 3세대(3G) 이동통신망 구축을 시작하기 몇 달 전인 시점이다.
38노스가 확인한 당시 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북한 고위층이 사용하는 별도의 이동통신망에 특정 휴대전화에서 이뤄지는 연락을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초기에는 2천500대를 타깃으로 잡고 300개의 통화와 300개의 데이터 세션을 동시 모니터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모니터링 센터에서는 6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고 7테라바이트 규모의 저장 시스템에 데이터가 갈무리되는 계획이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모니터링 시스템 역시 늘어나는 형식이었다. 타깃은 5천 대로 늘어나고 동시 모니터할 수 있는 통화와 데이터 세션이 300개씩 추가되며 저장 시스템 규모도 10테라바이트로 늘어나게 된다고 회의록에 기록됐다.
회의에서는 위성을 통한 도청을 막기 위한 전파방해시스템 구축과 연구도 논의 대상이 됐다.
전파방해시스템을 위해 북측은 오라스콤에 1천140만 유로에 달하는 전자장비 리스트를 건네줬다. 1대에 18만 유로인 독일 로데슈바르츠사(社)의 FSP40 스펙트럼분석기 6대와 대당 23만 유로인 같은 회사의 FSQ26 신호분석기 3대가 포함됐다.
38노스는 위성으로 휴대전화 신호를 잡기가 쉽지 않은 탓에 북한이 이런 식의 도청까지 우려한 이유가 의아하지만 북한이 장비 확보를 목적으로 전파방해시스템을 핑계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장비가 최종적으로 북한 어디서 쓰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당국이 국경지대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을 적발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장비 확보와 운송은 홍콩의 '뉴이스트 인터내셔널 무역회사'가 맡았는데 이 회사 간부로 적시된 한철과 주옥희는 상하이푸둥발전은행에 미국 달러와 유로, 홍콩 달러 계좌를 갖고 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은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따지고 있는 중국 대형은행 3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회의록이 작성된 회의는 기술진 회의였는데 현재 노동당 부위원장인 리수용도 참석했다. 38노스는 "(북한은) 통신망을 도입하면서 체제전복용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했던 것이고 회의록에도 보안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북한이 2002년 처음 무선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했다가 2004년 룡천역 폭발사고 한달 뒤 돌연 접었다면서 이후로는 이동통신망 구축에 있어 보안이 최우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룡천역 사고 직후 이동통신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선이 노출돼 암살 시도가 이뤄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08년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사용하는 이동통신망을 따로 두는 한편 고위층 전용 네트워크를 별도로 두고 자체 개발한 암호화 시스템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쓰도록 했다. 이 암호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및 판다그룹 소속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 협력했다.
북한과 화웨이 및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의 협력 내역은 이날자 워싱턴포스트(WP)에 자세히 보도됐다. 38노스는 같은 자료를 토대로 보안 분야에 초점을 맞춰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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