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 받으면 부화 늦추고 알에서 깨어나도 소리 덜 내는 등 차이 확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알에서 깨어나기 전 새의 배아가 어미의 위험경고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으며, 이를 둥지 내 다른 알에도 전파해 부화 이후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알 속의 배아가 어미 새와 신체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태반으로 연결된 포유류 태아와 마찬가지로 어미의 신호에 맞춰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비고대학 생태·동물학과의 호세 노게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페인의 갈매기 번식지인 살보라섬의 노랑발 갈매기 알을 대상으로 진행해 얻은 이런 연구결과를 '네이처 생태 및 진화(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었다.
동물은 대부분이 어미로부터 호르몬이나 소리 등으로 출생 이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정보를 받는다. 둥지의 알에서 부화하는 새의 배아가 알의 진동을 통해 발달 정도를 조율해 동시에 알을 깨고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알들이 외부환경에 관한 정보를 받고 이를 서로 전달하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족제빗과 동물인 밍크를 비롯한 포식자의 출몰에 변동이 심한 위험에 노출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살보라섬의 노랑발 갈매기 알을 대상으로 특별히 고안된 맞춤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90개의 야생 갈매기 알을 3개씩 짝을 지어 부화실에 넣고 이 중 2개를 하루에 네 차례씩 꺼내 방음장치가 된 박스에 넣어 어미 새의 포식자 경고 소리를 들려줬다. 비교군은 알을 방음장치 박스에 넣되 아무런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이 알들을 다시 부화실에 남아있는 같은 무리 알과 조합을 달리해 다양한 위치로 섞어놓았다.
그 결과, 포식자 경고 소리에 노출된 알들은 부화실에서 아무런 소리도 듣지 않은 알과 비교해 더 많이 진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화실에 남아있던 알들도 포식자 경고 소리를 들은 무리의 알이 그렇지않은 무리의 알보다 부화 기간이 더 길었다.
알에서 깨어난 뒤에는 세 마리 모두 비슷한 발달변화를 보였으며, 실험군이 비교군보다 소음을 덜 내고 몸을 더 낮추는 등 위험경고가 있을 때 나타내는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또한 비교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고 세포 당 미토콘드리아 DNA가 적으며, 다리가 짧은 등 독특한 생리적 현상도 보였다.
실험군과 비교군의 차이는 포식자 위험 경고 소리에 노출됐는지밖에 없었고, 부화실 내 알의 진동률 차이로 이어졌을 뿐인데 알에서 깨어난 뒤에는 생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새의 배아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에 이미 포식자의 위험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어미 새로부터 받고 둥지 내 다른 알과도 정보를 교환한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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