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지고 지하철 멈춰…주민들 '도보 귀가'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지난 3월 전국적인 정전사태로 큰 피해를 겪었던 베네수엘라에서 또다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AFP통신 등 외신은 22일 오후 4시 41분께(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전기가 끊겨 도로 신호등이 꺼지고, 지하철이 멈춰 섰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만성적인 전기 부족으로 정전이 빈발하지만, 3월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카라카스 일대에 장시간 전기가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지하철이 끊긴 카라카스 시내에서는 해가 지기 전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인파가 몰렸고, 신호등이 꺼진 도로에서는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40대 카라카스 주민은 이번 정전이 "아주 끔찍한 재앙"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전 피해 기록에 따르면 카라카스를 비롯한 19개 주에서도 정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검열 감시단체인 넷블록스는 이번 정전으로 대다수 지역에서 통신망이 마비돼 전국적으로 6% 정도만 통신 접속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서 각종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운영하는 24시간 국영 TV 채널도 방송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수력발전 댐이 있는 볼리바르주 일부에서는 잠시 전력이 돌아왔다가 곧 끊겼으며, 카라카스 지역에서는 여전히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이날 정전이 '전자파 공격' 때문이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당국이 현재 복구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3월에도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19개 주에 전기공급이 끊겼다가 1주일 만에 복구된 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계속되는 정전의 원인을 주요 전기 공급원인 수력발전 댐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전자파 공격 탓으로 돌렸다.
이후 전력 배급제와 함께 카라카스 지역 전력 공급이 개선되면서 일부 정부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정전 사태를 최근 미국 맨해튼에서 발생한 정전과 비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야권과 전문가들은 정권의 부정부패로 지난 10년간 전력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유지보수가 미흡했던 점을 정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트위터에 "그들은 전력 배급으로 비극을 숨기려 했지만 실패는 명백하다. 바로 그들이 (전력) 시스템을 망가뜨렸고, 해법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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