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승부처마다 빛난 '맏형'들의 활약…"이제야 면목이 섰네요"

입력 2019-07-23 11:22  

[광주세계수영] 승부처마다 빛난 '맏형'들의 활약…"이제야 면목이 섰네요"
87년생 권영균·이선욱, 5골 합작하며 승리 견인…"앞으론 후배들이 잘해주길"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물러설 곳 없는 최종전. 승부처에서 힘을 낸 것은 '맏형'들이었다.
한국은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에 17-16(3-3 2-2 4-5 3-2 <5-4>)으로 이겼다.
전·후반을 12-12 동점으로 마친 뒤 승부 던지기에서 5-4로 이겨 축배를 들었다.
'맏형'이자 주장·부주장인 이선욱(32·경기도청), 권영균(32·강원수영연맹)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서며 팀을 이끌었다.
권영균은 이번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다. 총 출전 시간도 60분으로 적었다.
드라이버 포지션을 맡아 활동량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5전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할 위기에서 그는 부진을 씻어냈다. 승부처마다 장내에는 권영균의 이름이 울려 펴졌다.
5-5로 시작한 3쿼터. 권영균은 1분 41초 만에 첫 득점을 올리며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지난 4경기에서 3쿼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대표팀은 권영균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고, 경기 막판까지 뉴질랜드를 추격할 동력을 마련했다.
패배 위기에서 팀을 건진 이도 권영균이었다.
11-12로 뒤진 경기 종료 32초 전, 먼 거리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강력한 슈팅으로 뉴질랜드의 골망을 갈랐고, 경기를 승부 던지기로 끌고 갔다.
그는 부담감이 큰 5번 슈터로 나섰다.
이진우(22·한국체대)의 선방으로 한골을 벌어둔 상황. 공을 들고 높이 솟구친 권영균은 골문 구석에 공을 꽂아 넣으며 한국의 첫 승리를 결정지었다.
경기를 마친 권영균은 후련한 모습이었다.
그는 "앞선 경기들에서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서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야 후배들을 볼 면목이 섰다"며 "1승을 위해 '물에서 죽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승부 던지기 마지막 순번은 내가 자신이 있어서 자원했다"며 "경기 막판 동점 골도 꼭 넣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87년생인 그는 30살이 넘은 배테랑이다. 대표팀 막내인 김병주(21·한국체대)와의 나이 차는 10살이 넘는다.
권영균은 "대표팀 세대교체가 잘 돼서 좋은 선수가 많다"며 "후배들이 앞으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주장 이선욱도 2골을 넣는 든든한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승부 던지기에서는 1번 슈터로 나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이선욱은 "그동안 모두 고생이 많았는데 목표였던 1승을 이뤄내 기쁘다"며 "지고 있을 때도 '끝까지 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한국 수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은 듯하다"며 "모처럼 수구에 관심이 쏠린 만큼 저변과 지원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수구장에 설 계획이다.
이선욱은 "앞으로 후배들에게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trau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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