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승합차 사고로 드러난 외국인 노동자의 아픈 단면

입력 2019-07-23 14:21   수정 2019-07-23 14:50

삼척 승합차 사고로 드러난 외국인 노동자의 아픈 단면
부부가 닥치는 대로 일해도 한 달 평균 겨우 250만원
"지금 간절한 것은 다친 아내 회복과 아이 다시 만나는 것"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13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단면을 드러냈다.
사고 승합차 탑승자 16명 중 9명은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외국인 노동자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3명은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나 출발지인 충남 홍성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는 태국인 여성 A(32)씨가 입원 치료 중이다.
23일 오전 A씨가 입원한 병동 입구 의자에 사고 승합차 탑승 태국인 중 한 명인 B(33)씨가 창밖을 발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태국 북동부 우돈타니가 고향인 이들은 부부였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이제 갓 1살인 여자아이를 여동생에게 맡기고 1년 전 한국으로 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에이전시를 따라간 곳은 경기 연천의 호박 농장이었다.
연천에서는 5개월 정도 일했다.
그리고 경기 포천의 메추리 농장 등 일거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갔다.
그러나 생각만큼 돈이 벌리지 않았다.
부부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달 평균 250만원 정도였다.
일당으로 한사람당 5만5천∼6만5천원을 받았지만, 일이 없어 쉬는 날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약해도 고향 우돈타니에서 아이를 돌보는 여동생에게 한 달에 30만원을 보내주기도 힘들었다.
이들이 충남 홍성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은 한 달 전이다.
홍성에 일이 많다고 해서 월세 24만원의 아파트까지 구했지만, 비가 계속 내렸다.
일 대부분이 농사 등 바깥 작업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사고 승합차도 애초 지난 19일 경북 석포 쪽파 파종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제15호 태풍 '다나스' 영향으로 작업 일정을 지난 22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쪽파 파종 작업은 이들이 홍성에 온 후 처음으로 구한 일이었다.
한 달 가까이 일없이 지내다 보니 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이 생겼다'는 태국인 친구 전화가 정말 반가웠고, 지난 22일 새벽 도시락을 싸서 승합차에 서둘러 올랐다.
승합차에 동승한 다른 태국인들은 서로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였다.
지난 22일 오후 동승했던 태국인 중 2명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는 "사고를 당한 그들도 우리처럼 부부"라며 "고향에 어린아이 2명이 있고, 열심히 살았는데…마음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한국 생활이 힘들지만, '정식 직장'(이들에게 정식 직장은 월급 받는 곳)을 잡을 때까지 '아르바이트'(일용직)하며 버틸 각오였는데 이번 사고로 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한국에 계속 있어야 할지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간절한 것은 아내의 회복이고, 그다음은 고국에 두고 온 아이를 만나는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한편 경찰은 태국인 근로자들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점을 고려해 출입국관리소에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b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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