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행장, 日규제에 "옆집과 싸울때 한대 때리면 한대 맞아"(종합)

입력 2019-07-23 18:25  

수은 행장, 日규제에 "옆집과 싸울때 한대 때리면 한대 맞아"(종합)
"26개 거래기업 피해 예상…일본계 차입금 4조원 중 1조5천억이 단기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 26곳이 당장 직·간접적 피해를 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은 행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관련 26개"라며 이들 기업에 대한 수은의 여신 잔액은 3조1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접 규제는 직접 피해고, 간접 규제는 납품하는 부품·소재 업체들이라 직·간접적 (피해가) 같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 행장은 "설문 조사를 먼저 했고, 문제가 있으면 자금 공급 같은 것을 할 계획이 준비돼 있다"며 "필요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이 파악한 직·간접 피해 예상 기업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해도 이들 기업에 대한 수은의 여신 잔액 3조1천억원이 당장 모두 부실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수은 관계자는 덧붙였다.
은 행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옆집과 싸움'에 비유하며 "어차피 주먹 한 대씩 때려도, 저도 맞고 저쪽도 맞는 것"이라며 "(싸움을) 하면 양쪽 다 피해를 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승산을 묻자 "공개석상에서 건방지게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은 행장은 "일본에서 (규제의 명분으로) 말하는 경제적인 이유는 틀린 것 같고, 아무래도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된 그런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세상 어느 나라든지 자유를 지키고 주권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 희생은 있어야 하는데, 희생이 무섭다면 자유를 지킬 수 없다"며 "외교적 노력에 대해 저쪽에서 타협이 안 된다면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우리도 의지를 보여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은 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빌린 일본계 자금 21조원 중 60%가 은행권 차입금, 이 가운데 40%가 만기 1년 미만 단기채"라는 한국당 김광림 의원의 지적에 "수은은 (일본계 차입금이) 4조원"이라며 "(단기채는) 1조5천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특별히 그쪽(일본 금융권)에서 변화한 걸 감지하지 않았고, 내일도 일본 측에서 오면 이야기하기로 했다"며 "그 전부터 정치가 어떻게 되든, 은행 간 협력은 굳건히 하자고 해서 현재로선 갑자기 (태도가) 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은 행장은 인보사 개발과 관련, 코오롱티슈진에 1천만달러 지분투자와 1천500만달러 대출을 한 것과 관련해선 "계약 당시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앞으로 2020년 7월 이후 행사 가능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출 잔액은 예금을 담보로 잡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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