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내달 25일까지 공연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오라버니는 이 붓으로 물고기를 그리라 하셨지만, 난 이제 다른 걸 쓰고 싶다."
지난 13일부터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 창작 뮤지컬 '난설'은 조선 중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허초희·1563∼1589)의 삶을 현재로 불러들인다. 허난설헌은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여성이었지만,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은 조선 시대는 그의 천재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극은 허초희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 그가 떠올리는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허초희와 허균,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이달은 여성, 서얼, 두려움 등 각자의 이유로 한계에 갇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난설'은 시대상에 어울리게끔 음악에 국악기를 사용하고, 허초희 역을 맡은 배우는 일부 넘버에선 창을 부르는 기법으로 노래한다.
관객 쪽을 향해 비스듬하게 경사진 하얀 정방형 무대 위에는 실제 허난설헌 시구가 영상으로 흐른다.
노랫말에도 난설헌 시가 쓰였다. '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 시 5편과 허난설헌집의 유일한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이 등장한다.
옥경선 작가는 23일 종로구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난설헌의 시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그의 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그의 시들을) 소재로 택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허난설헌의 삶을 무대 위에 올리지 않고 허균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 데 대해선 "허난설헌의 생애를 들여다봤을 때 허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고, 우리가 400여년 전 허난설헌의 시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허균의 지극한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초희 캐릭터에 대해선 "허난설헌의 시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것들을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기쁨 연출은 "등장인물 셋 모두가 각자 결핍을 갖고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결핍을 지닌 인물이 서로를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나가는 점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내달 25일까지 공연.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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