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즐기면 AI가 실력 분석해 맞춤관리…5개 학교서 시범 활용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초등학교 1학년 A군은 숫자가 아직 낯설다. 또다시 돌아온 고통의 수학 시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니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오늘은 선생님이 태블릿PC를 나눠준다. 화면을 켜 보니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이 시작된다. 화면에 과일 4개가 뜨면서 캐릭터가 '과일이 몇 개인지 고르라'고 말한다.
한참을 고심하다가 보기 중에 '4'를 선택하자 캐릭터가 활짝 웃으며 보상 아이템을 준다. A군이 따라 웃는 동안 인공지능(AI) 시스템은 A군이 또래 평균보다 더 망설인 점을 고려해 다음 문제도 낮은 난도로 준비한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이런 AI 기반 수학 콘텐츠를 '가지고 놀면서' 수학을 재미있게 배우게 된다.
교육부는 최근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AI 초등수학 콘텐츠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수학 교육 전문가들은 수학이 과목 특성상 저학년 단계에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따라잡지 못하고 흥미와 자신감을 잃는 경향이 짙다고 말한다.
창의재단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수학 공부를 포기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교 때 8.1%, 중학교 18.1%, 고등학교 23.5%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늘어났다.
현장 조사 결과 학생들은 계산 위주의 문제풀이식 교육 때문에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으며, 교사들도 학생 개인별 수준 차이가 심한 탓에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와 창의재단은 문제풀이보다는 게임 같은 놀이형 콘텐츠로 학생들이 '수 감각(number sense)'을 기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수 감각이란 수의 의미와 크기·변화, 수 사이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는 중·고교 때가 아니라 초등 1∼2학년 때 생기기 시작한다"면서 "덧셈에서 한 자리를 올리거나 수를 나누고 분수를 만드는 게 어려워서 일찌감치 무너지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그리는 그림은 '놀이형 콘텐츠'와 'AI 기반 학습관리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의 상하 결합이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같은 놀이를 통해 숫자와 사칙연산을 가지고 놀고, 그 밑바탕에서 AI 시스템은 아이들이 자주 틀리거나 어려움을 겪는 수학 개념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데이터를 축적한다.
교육부는 우선 놀이형 콘텐츠 개발에 착수했다. 교육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창의재단이 최근 콘텐츠 개발을 맡을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다.
콘텐츠는 우선 초등학교 1·2학년용으로 각각 7개씩 총 14개 만들어진다. 개발되는 콘텐츠는 내년 1학기부터 연구학교에서 시범 활용할 전망이다. 연구학교는 총 5곳으로, 서울·경기·대구·경북·충남에 1곳씩 있다.
연구학교 학생들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이에 축적되는 단원별·문제별 정답률과 오답 경향성 등의 데이터는 추후 LMS 연구에 활용된다. LMS 연구는 창의재단과 교사·교수·연구원 등 전문 연구진이 진행한다.
이런 AI 기반 초등 수학 교육 시스템은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개발하는 '지능형 학습분석 플랫폼'의 일환이다.
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학생들은 수학뿐 아니라 국어·영어 등 다른 과목에서도 AI가 맞춤형 제공하는 콘텐츠로 학습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도 최근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진도를 빨리 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공교육은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수업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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