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파괴무기 등'에 재래식무기 포함해 캐치올 통제"…日은 '불명확하다'며 꼬투리
日 "양자협의 부족" 주장도 정당성 떨어져…백색국가 27개국중 4개국만 양자협의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한 명분으로 재래식무기 통제에 관한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 제도 미흡을 제기한 것과 관련, 한국어에서 기타를 포괄하는 뜻의 의존명사 '등(等)'의 쓰임새를 오해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정부 해석이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22일 도쿄 주재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전략물품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는 협소하고 관리 대상품목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략물자 통제 대상에 재래식 무기가 명시되지 않아 통제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실제 한국의 대외무역법 규정 제19조 3항에는 캐치올 제도와 관련, '대량파괴무기 등'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일본의 주장은 법 규정을 문리적 측면에서 형식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실제 한국의 제도 운영 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기인한 것이라는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문리적으로 재래식 무기관련 통제를 명기하지 않아 불명확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법 규정 '대량파괴무기 등'에 재래식 무기도 포괄해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은 일본어의 부조사로 한국어와 쓰임새가 똑같다.
특히 이 법률 문구나 제도 운용에 재래식 무기가 포함된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일본 측이 의도적으로 한국의 캐치올 제도에 대한 이해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산업부의 공식 자료도 "캐치올 제도는 비(非)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전용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수출시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캐치올 제도는 대량파괴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관련 통제를 실제로 운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효과적으로 통제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일본은 앞서 12일 도쿄에서 가진 한일 과장급 회의에서도 재래식 무기 통제 체제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일본은 안보상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방침과 관련, 재래식 무기통제를 겨냥해 캐치올 규제가 불충분하다고 얘기할 뿐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산업부 당국자는 "당시 일본이 한국의 캐치올 제도에 대한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문제를 제기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엄연히 한국이 제도상으로 재래식 무기 수출 통제를 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것인 양 수출규제에 대한 명분으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일본 정부의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 대상으로 실시한 캐치올 통제 관련 설문조사에서 이미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를 운용하고 있다는 요지의 서면 답변을 내놓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또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어떤 자리에서도 한국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를 문제 삼거나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수출통제에 있어 전략물자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량파괴무기인데 오히려 가장 비중이 적은 재래식 무기 문제를 갖고 꼬투리를 잡아 이처럼 국가간 갈등을 일으킨다는 건 그만큼 일본의 논리가 궁색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통제와 관련해 한일 양자협의가 지난 3년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 또한 정당성이 떨어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국가) 리스트 27개국 중 24개국을 확인한 결과 일본과 공식 양자(兩者) 협의체를 운영 중인 국가는 한국과 유럽 3개국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는 현재 한국 이외에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영국,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이 포함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교 관례상 일본과 양자 협의체를 운영 중인 유럽 3개국의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그만큼 일본 주장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27개국 중 나머지 3개 나라도 아직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그 나라 성격상 아예 양자 협의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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