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 욕설·항의…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잔인한 행동"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한 사우디아라비아 블로거가 이스라엘 정부의 손님으로 동예루살렘을 방문했다가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망신을 당했다.
23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인 블로거 모하메드 사우드는 전날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공동성지인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사우드가 동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의 길을 걷고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찾았을 때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를 향해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우디를 향해 플라스틱 의자 등을 던졌으며 한 팔레스타인 남성은 "시너고그(유대교 회당)로 꺼져라"고 소리쳤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우디를 '동물'(animal),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쓰레기' 등으로 부르며 조롱했다.
사우드는 이스라엘 외무부의 초청으로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아랍 언론인 6명 중 한명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아랍 언론인들의 국적은 사우디,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사우드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사우드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동예루살렘이 정치·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영향이 크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이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독립국 수도로 간주한다.
특히 동예루살렘의 템플마운트는 이슬람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서기 7세기에 승천한 것으로 여겨지는 성스러운 곳이다.
템플마운트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 3대 성지로 불린다.
팔레스타인은 아랍 언론인들의 이스라엘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기자연합'(PJS)은 22일 성명을 내고 아랍 언론인들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없애려는 시오니스트-미국의 계략"이라며 아랍권 언론단체들이 해당 언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우디에 공격적인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난했다.
니자르 아메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우리는 사우디 언론인을 향한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의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규탄한다"고 썼다.
네타냐후 총리의 대변인인 오피르 겐델만은 사우드를 '평화 운동가'로 칭한 뒤 "그(사우드)가 알아크사 모스크에 왔을 때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를 공격함으로써 성스러운 장소를 더럽혔다"고 비난했다.
사우드를 비롯한 아랍 언론인들은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이스라엘 의회를 방문했으며 23일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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