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 쑨양 외면한 채 지나쳐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시상식에서 쑨양(28·중국)을 지나치며 '행동'으로 반도핑 메시지를 던진 던컨 스콧(22·영국)이 과감한 발언으로 또 한 번 일침을 가했다.
스콧은 2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쑨양이 우리 종목을 무시하는데 왜 우리가 쑨양을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벌어진 사건을 되새기면 메시지는 더 강렬해진다.
쑨양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으로 우승했다.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1분44초69)가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쑨양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쑨양은 랍시스의 실격이 확정된 후, 홀로 풀에 남아 감격에 찬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시상식에서는 얼굴이 굳었다.
쑨양이 다른 메달리스트와 기념 촬영을 할 때 공동 3위 스콧은 멀찌감치 떨어져 다른 곳을 응시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함께 이동하면서 쑨양은 스콧을 검지로 가리키며 무슨 말을 했다.
스콧은 BBC에 "'루저(Loser)'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호주 언론 등은 쑨양 등의 입 모양을 분석하며 "'나는 깨끗하다(I am clean, yes)'라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쑨양에 이어 2위에 오른 맥 호턴(호주)은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레 데티와는 기념 촬영까지 했지만, 쑨양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쑨양은 지난해 9월 국제 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이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하자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를 이용해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깨뜨렸다.
쑨양이 2014년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도 3개월 출전 정지의 '경징계'를 받아 논란이 일었던 터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쑨양은 21일 호턴의 '시상식 외면 사건'이 벌어진 후 기자회견에서 "쑨양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쑨양을 강하게 비판한다.
스콧은 "나는 호턴의 편이다. 다른 경기에서도 (쑨양을 비판하는) 행동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스콧은 실격당한 랍시스를 향해서는 "그가 실격당해서 내가 메달을 얻었다. 그러나 남의 불행 덕에 내가 행복해지는 건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쑨양을 향한 분개가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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