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베네수엘라 대정전…정부는 계속 '전자기 공격' 탓

입력 2019-07-24 02:45  

일상이 된 베네수엘라 대정전…정부는 계속 '전자기 공격' 탓
올해만 네 번째 대규모 정전…7시간 만에 순차적 복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정전이 일상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나 대정전이 베네수엘라 전역을 어둠으로 뒤덮었지만 정부는 근거 제시 없이 '전자기 공격' 때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4시 40분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 23개 주 중 19개 주에 발생한 정전은 7시간 만인 23일 자정 무렵부터 차츰 복구되기 시작했다.
프레디 브리토 에너지 장관은 이날 오전 카라카스와 5개 주 이상에서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은 카라카스의 지하철 운행이 아직 중단된 상태며 여전히 많은 지역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3일까지 휴교도 이어졌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시민들에게 가능하면 집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극심한 차량 정체와 통신 마비 등을 초래한 이번 대정전은 베네수엘라에서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발생한 전국 규모의 정전이다.
3월에만 세 차례 대정전이 이어졌다. 당시엔 베네수엘라 전역에 일주일간 정전이 지속돼 전국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3월 대정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전도 원인은 불분명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에도 '전자기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베네수엘라 전체 전력의 80%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소가 전자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성명에서 이번 정전을 "베네수엘라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또다른 범죄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3월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전자기 공격이 정전을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과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정부 부패와 관리 부실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같이 정전이 일상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에너지 전문가인 호세 아길라르는 가디언에 "이번 정전은 전력망에 대한 관리 태만의 결과"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조프 램지도 "전자기 공격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에선 수년간 절도와 부패가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잦은 정전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불만이 쌓여가면서 야권의 반정부 운동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시민들은 '정전은 이제 그만' '도와주세요' '어둠과 죽음'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잦은 정전에 항의했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대정전이 "정권 부패와 무능력의 산물"이라고 맹비난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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