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한국인 장병 5명 못 잊어…남북한 친구 돼가는 것 기뻐"
"독립투표 후 20년 동안 민주주의가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
(딜리=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프란시스코 구테레스 동티모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국민을 대표해 김대중 대통령님과 동티모르에 파병됐던 상록수 부대에 특히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구테레스 대통령은 이날 동티모르 독립투표 20주년 및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을 맞아 대통령궁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티모르는 450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감독하에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결정했으나,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혈사태를 벌여 같은 해 10월 김대중 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록수 부대를 파병했다.
구테레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님은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을 가지셨다"며 "누구보다 동티모르를 잘 이해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상록수부대는 동티모르의 평화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돌아가신 다섯 분의 장병들을 동티모르인들은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에는 4년 동안 한국 군인 총 3천328명이 파병됐으며, 2003년 3월에는 장병 5명이 임무 수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운전병이었던 김정중 병장의 시신은 지금껏 찾지 못했다.
타우르 마탄 루왁 동티모르 총리 역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섯 명의 한국인 순직 장병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고, 이분들은 동티모르의 역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구테레스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한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고, 더 많은 협력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동티모르가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빛나는 투쟁의 역사를 가진 점에서 유사점을 찾았다.
구테레스 대통령은 "한국은 땅도 작고, 자원도 없는데 강인한 정신력으로 열심히 일해서 어려움을 극복해 불과 20∼30년 만에 큰 성장을 이뤘다"며 "한국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테레스 대통령은 1999년 독립 결정 후 인도네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동티모르 인프라의 75%를 파괴했고, 2005년 전까지 나라 예산이 연간 1억 달러(1천178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20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느릴지라도 꾸준히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제는 민주주의가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노력할 때"라며 "지속가능한 경제와 고용 창출을 위해 농업·관광·수산업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테레스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이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기쁘다"며 "내전 후 국가의 재건, (적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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