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결과…알바 청소년 57% "근로계약서 안 써"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공부에 쏟는 시간은 많은 반면 여가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년 6∼8월 초·중·고생 9천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연구: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6%는 하루 공부 시간이 3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런 응답 비율은 초등학생 41.4%, 중학생 46.1%, 고교생 48.6%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았다.
반면 여가는 짧아 하루 2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경우가 44.2%에 달했다. 고교생 54.8%가 여가가 2시간 미만이라 답했고 중학생은 40.4%, 초등학생 34.5%였다. 일주일 동안 전혀 운동하지 않는다는 청소년도 23.5%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청소년은 33.8%로 파악됐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로는 학업 부담·성적 등 학업 문제가 37.2%로 가장 높았다. 미래(진로)에 대한 불안 21.9%, 가족 간 갈등 17.9%, 기타 14.4% 등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28.8%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공부하기 싫어서라는 답이 28.2%로 가장 많았다. 교사의 차별(5.3%)이나 학교 폭력(4.8%)으로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답한 학생도 10명 중 1명꼴이었다.
이들 중 가정에서 부모의 신체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26%, 욕설 등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우는 31.3%였다. 교사 체벌을 경험한 청소년도 12.2%, 욕설을 포함한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우는 18.9%였다.
청소년이 경험한 차별로는 연령(31.4%), 성별(28.8%), 학업성적(28.5%), 외모·신체조건(24.1%) 등의 순이었다. 누군가를 차별한 이유로는 외모·신체조건(13.3%), 학업성적(11.9%), 성별(11.7%) 등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 38.7%는 학교 운영이나 사회문제 등에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시간을 내기 어렵다(26.0%)거나 활동 정보 부족(20.1%)이라는 답도 적지 않았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11.0%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으나, 이 중 57.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약속보다 적게 받은 경우가 13.1%,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은 경우는 18.6%, 폭언 등 인격 모독을 당한 경우 12.2%, 구타나 폭행을 당한 경우 3.3%, 불결하거나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11.3%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적 피해(성희롱·성추행)를 본 경우도 3%였다.
연구원 측은 24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한국의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보호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피해를 본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동권익 구제창구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1년간 성적인 놀림이나 특정 신체 부위 접촉 등 성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한 청소년은 5.1%였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를 본 학생 38.4%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도움을 받은 청소년 중에도 학교(8.5%)나 경찰(2.5%), 전문상담기관(1.0%)이라고 답한 경우보다 친구(23.1%), 부모(18.8%)가 더 많았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44%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모른다고 답했고, 29.6%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알지 못한다고 답해 인권 관련 협약이나 관련 기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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