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친박?" 주요 국회직·당직 독식…한국당 일각 '부글부글'(종합)

입력 2019-07-24 16:25  

"또 친박?" 주요 국회직·당직 독식…한국당 일각 '부글부글'(종합)
예결위원장·사개특위 위원장 모두 친박계…"도로 친박당" 불만
장제원 "한국당, 2016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
'내년 총선서 공천 학살 대상은 영남권 비박?'…분위기 뒤숭숭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몫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에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의원이 내정되면서 24일 당내에서 불만스런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에서 단행된 인사 대부분이 친박 성향 의원들에게 기울어져 있는데 따른 것이다.
친박계 재선인 박맹우 의원이 새 사무총장에 임명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에 오른 데 이어 박근혜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차지하자 당 일각에선 '또 친박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예결위원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의결하는 자리로, 하반기 정국을 좌우하는 국회의 핵심요직으로 통한다.
사개특위 위원장 역시 정부·여당 주도의 사법개혁에 맞서 한국당의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여권과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징적인 자리다.
나아가 당 지도부는 사개특위를 포함한 각 상임위원회의 간사도 친박계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의 경우 윤한홍 의원 대신 친박계 재선인 이장우 의원이 새 간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지율은 물론 황 대표의 지지율까지 수주째 박스권에 갇히거나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도로 친박당'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인사가 잇따르면서 한국당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도 있다.
친박 위주의 잇따른 인사가 당 전체를 과거 회귀적이고 수구 지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당 몫 사개특위 위원장에는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최근 강원랜드 비리 의혹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검찰 출신 권성동(3선) 의원과 판사 출신인 주호영(4선) 의원, 변호사 출신의 유기준(4선)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유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최종 낙점되자, 당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보은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이슈를 다루는 사개특위의 경우 법원과 검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 차이가 있다"며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쪽이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실태나 현상 파악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재선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해 2016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친박계가) 당의 핵심부를 모조리 장악하더니, 급기야 우리공화당과 '공천 나눠 먹기' 논의까지 했다고 한다. 그 용기 없음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모습에서는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원으로 나가 지지를 확보하고 우측을 설득해야 한다. 과거를 붙잡고 변화하지 않는 보수,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보수를 '수구'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친박계의 '인사 독식'이 이어지자,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4월 총선 공천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영남권 의원은 통화에서 "험지인 수도권이 공천학살의 타깃이 아니라면, 결국 학살 대상은 영남권 비박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유기준 의원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교안 리더십은 무슨 자리만 생기면 친박들에 다 나눠주고 있다. 모두가 '도로 친박'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한국당 내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친박프레임 공세는 정치 원로로서 해서는 안 되는 치졸함으로 비칠 듯하다"며 "과거 휠체어 타면서 구태 정치를 보여주시던 박 의원님을 향해 인제 그만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쏘아붙였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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