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 몸살] ① '일단 버리고 튀어라'…국토 곳곳 쓰레기산

입력 2019-07-25 06:01  

[불법 폐기물 몸살] ① '일단 버리고 튀어라'…국토 곳곳 쓰레기산
주민 "숨쉬기 힘들어" 악취·먼지와 사투…감염 위험 불법 의료폐기물도 심각
외신에도 보도, 국제 망신…당국은 안보이고 주민이 불법행위 적발

[※ 편집자 주 = 의성 쓰레기산, 고령 불법 의료폐기물 창고, 영천 폐기물 투기 사건…. 경북 구석구석이 불법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환경 당국의 방치 속에 처리업자들은 지금도 몰래 폐기물을 버리고 이윤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수면 위로 올려낸 것은 환경부나 환경청이 아닌 시·군민과 환경단체였습니다. 폐기물 업자들의 불법 투기 실태가 조직적이란 비판까지 나옵니다. 지난 4월 대통령이 나서 불법 폐기물을 연내 처리하라고 지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경북지역 불법 폐기물 처리 현황과 대책을 2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치우긴 치우나요. 불법 폐기물 냄새 때문에 못 살겠어요. 갑갑합니다."
24일 경북 의성 쓰레기산으로 알려진 ㈜한국환경산업개발의 방치 폐기물 현장은 여전히 악취와 먼지가 가득했다.
환경 당국이 이달 초부터 본격 폐기물 처리에 들어갔지만 10m 높이 쓰레기산은 좀처럼 낮아지질 않고 있다.
수년째 쌓인 폐기물만 17만2천800t. 의성 단밀면 주민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
각종 폐비닐·플라스틱, 공사장 폐기물 등이 부스러져 바람에 날리기까지 했다.

불법 폐기물 현장 악취는 의료폐기물 썩는 냄새에 비해 그나마 덜한 편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경북 문경 불법 의료폐기물 창고는 문을 열자마자 오래된 알코올 냄새와 살이 썩는듯한 매캐한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창고 문을 열자마자 다른 취재진은 헛구역질하기도 했다.
창고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 병원이 배출한 의료폐기물로 가득 찼다.
의료폐기물 소각업체 ㈜아림환경이 이미 처리했다고 허위 신고한 것들이다.
격리 의료폐기물은 병원에서 배출한 지 이틀 안에, 일반은 닷새 안에 소각·처리해야 한다.
창고 주인은 "지인이 박스를 쌓아둘 만한 창고를 빌려달라고 해서 장소만 빌려줬을 뿐인데 이렇게 불법 의료폐기물을 방치할 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당국 손 놓은 사이…파악된 불법 의료폐기물 영남권만 1천t
지난 몇 달 새 영남권에서 발견된 불법 의료폐기물 창고 대다수는 단속 주체인 대구지방환경청이 아닌 경북 고령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아림환경반대추진위'가 직접 찾아낸 것이다.
시민단체가 잇따라 아림환경의 불법 창고를 발견하고 항의 집회를 벌이고 나서야 환경청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8일 아림환경을 압수 수색을 해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이미 시민단체에 의해 알려진 대구 달성, 경북 문경, 경남 통영·김해뿐만 아니라 상주, 김천에서도 불법 보관창고 5곳이 나왔다.
최근 중간 수사 결과까지 대구지방환경청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의료폐기물은 1천t에 이른다.
정석원 아림환경반대추진위원장은 "환경 관료들은 30년 전 의식으로 불법 의료폐기물을 바라본다"며 "시민 의식이 성숙할 때 환경 당국 공공성은 오히려 약해졌고, 관리 시스템은 낙후하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또 "감염 위험 때문에 빨리 치워야 하지만 소각 능력이 부족해 의료폐기물을 다 치우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한 환경 당국이 주민을 위험에 노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북 14개 시·군 26곳 쓰레기산…"적발에 구조상 한계"

폐기물을 몰래 투기하는 방식도 가지가지다.
최근 영천에서는 고철 수거 사업자가 한 건물주를 속여 공장에 폐기물을 버려두고 잠적했다. 1만7천t 폐기물로 꽉 찬 건물은 뒤틀리기까지 했다.
지난 22일 성주 한 폐목재 처리장에는 최소 100t 이상의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정황이 드러났다.
폐기물로 인한 쓰레기산 사태가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 제출 추경예산에 반영된 관련 예산을 활용해 반드시 올해 내에 불법 폐기물 처리를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가 지난 15일까지 파악한 도내 '방치 폐기물'은 8개 시·군 10곳에 24만1천749t이다.
방치 폐기물은 재활용업체가 처리를 다 하지 못하고 불법 적체한 폐기물로, 관할 지자체가 처리 명령을 했는데도 처리하지 못한 것들이다.
환경부 예산 지원과 도·시비 집행 등으로 현재까지 방치 폐기물 2천795t을 처리해 23만8천954t이 남았다.
'불법 투기 폐기물'은 임야나 남의 대지에 폐기물을 무더기로 무단 투기한 것을 뜻한다.
포항, 울진 11개 시·군 24곳에 7만7천t이 확인됐으며, 지난달까지 약 1만5천t을 처리했다.
남은 불법 투기 폐기물 6만2천t은 경찰 수사와 각종 소송 결과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다.
경북도 자료에 따르면 도내 불법 폐기물은 전국 120만t의 23% 수준으로, 경기도 69만t 다음이다.
경북 불법 폐기물 중 CNN에 보도되기까지 한 의성 쓰레기산(17만t)은 62%를 차지한다.

쓰레기산 문제는 2015년부터 불거졌지만 번번이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도와 각 시·군 담당자들은 이참에 폐기물 관리시스템 올바로(Allbaro) 개선 등 근원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공무원 한 사람이 관련 업체 약 200개를 관리한다"며 "올바로에 입력만 하고 빼돌린 불법 쓰레기를 잡아내는데, 전체 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sunhy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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