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저커버그가 사생활 보호 준수 여부 보고하라" 책임 부과
IT 기업에 부과된 벌금으로 사상 최대…SEC도 1천억원대 과징금 부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50억 달러(약 5조9천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런 벌금을 부과하면서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사생활 보호 준수 여부를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벌금은 FTC가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한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2012년 구글에 부과된 2천250만 달러였는데 이번에는 이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또 50억 달러는 페이스북의 지난해 매출의 약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합의에는 FTC의 명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보장할 책임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새롭게 지웠다.
저커버그는 준법감시인과 함께 분기마다 회사가 사생활 보호 프로그램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회사가 전체적인 FTC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진실을 말해야 할 책임을 저커버그 개인에게 지우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민사·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 외부에서는 FTC가 승인한 독립적 감정인이 2년마다 평가를 수행하고 분기마다 새로 이사회에 설립될 '사생활 보호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 감정인에게 이용자 500명 이상의 데이터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때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실을 통지해야만 한다.
새로 설립될 독립적인 사생활 보호 위원회는 이용자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의사결정 때 저커버그가 행사해온 무제한의 통제권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이 위원회의 위원은 또 다른 독립적 후보지명위원회가 추천하며,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만 해임할 수 있다. 저커버그가 의결권을 이용해 투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FTC 의장 조 사이먼스는 "미국 소비자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이번 벌금의 규모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미래의 사생활 침해 사고와 관련한 기준점을 재정립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든 미국 기업에 강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번 합의는 우리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우리 상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부가적인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며 "사생활 보호를 향한 급격한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FTC는 2018년 3월부터 페이스북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천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TC는 페이스북이 2012년 FTC와 맺은 합의를 위반했는지 조사해왔다. 페이스북은 당시 이용자의 개인정보 설정을 존중하고 명백한 허락 없이는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FTC와 합의했다.
FTC는 이날 페이스북이 이런 합의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2단계 인증'에 필요하다며 수집한 이용자 전화번호를 광고 목적에 사용한 것도 FTC의 법률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와 별도로 이날 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가 오용될 위험성에 대해 오도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 회사에 1억 달러(약 1천178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EC는 페이스북이 이미 개인정보 오용 사례를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데이터 오용을 가설적인 것으로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1억 달러의 과징금은 이런 정보 공개 오류에 부과된 것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라고 SEC는 설명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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