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시 감세로 투자 마중물…2년째 '세수감소' 세법개정

입력 2019-07-25 14:00   수정 2019-07-25 15:42

대기업 한시 감세로 투자 마중물…2년째 '세수감소' 세법개정
5년간 총 4천680억원 세수 감소효과…재정건전성 유지할지 주목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25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경제활력을 키우고 혁신성장을 돕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늘리고 설비투자자산 가속상각특례를 확대한 한시적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세제를 바꿔 기업에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경기 회복을 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설정하거나 임원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초고소득 직장인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인 것도 눈에 띈다.
이때문에 이번 개정안에는 대기업에 대한 한시적 감세, 초고소득 연봉자에 대한 증세 기조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낳는다.
전체 세수 측면에서는 2년 연속으로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개정안이다. 작년에는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한 저소득층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이 큰 세수감소 요인이 됐다면 이번에는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컸다.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지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부진 속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조세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정부가 조세지출을 늘리는 데 비해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견해가 함께 나왔다.



◇ 5년간 누적세수 4천680억원 감소 효과…누적법 기준 첫 2년 연속 세수감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추진하는 세법 개정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누적법) 2020년부터 5년간 약 4천68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 여기에는 지방소비세율 조정으로 인한 국세의 지방세 이전(연간 -5.1조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1년 전 발표된 2018년 세법 개정안의 세수효과도 누적계산법 기준으로 2019년부터 5년간 12조6천18억원의 감소로 추산했었다.
이처럼 세수효과가 2년 연속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역대 처음이다.
누적법 기준으로 보면 2020년 -1천405억원, 2021년 -5천846억원, 2022년 -1천439억원, 2023년 -1천450억원 등 앞으로 4년간 세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변화를 매년 전년도 기준으로 비교하는 순액법으로 계산하면 2020년에는 세수가 1천405억원 줄어들고, 2021년에는 4천44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5년간 세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의 내년 한시 확대(-5천320억원)였다.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확대(-500억원), 사적연금 세제 지원 확대(-440억원) 등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세수 증가 요인은 고소득자를 겨냥한 근로소득공제 정비(+640억원), 임원 퇴직소득 과세 강화(+360억원) 정도에 그쳤다. 둘을 합쳐도 1천억원 미만으로, 대규모 조세지출 구상을 내놓는 정부가 세입기반 확충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34개의 조세지출 항목 중 연간 감면액이 큰 상당수가 연장되면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로 인한 세수 확보 효과도 약 350억원 수준으로 미미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조2천억원 감소하는 등 최근 4년간 계속된 세수 호황이 종료되는 모습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데 세수 증대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부 세수 감소가 크게 나타나는 요인이 있지만, 올해 세수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나 세입 기반 확대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증세 여부에 대해선 "현재 경기 상황,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증세를 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애로를 오히려 해소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한정적으로 일부 세입 기반 확대를 했다"고 말했다.





◇ 稅부담 고소득층 늘고 서민·中企 줄고…'한시적 감세 카드' 대기업도↓
이번 세제 개편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대폭 줄이고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확대했다.
다만 극심한 설비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해서도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감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2020년 이후 5년간 세수가 37억원 증가(순액법, 전년 대비)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계층별로 나눠보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세 부담이 1천63억원 줄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1천381억원 늘었다. 대기업만 떼서 보면 순액법 기준 작년 세 부담이 5천659억원 늘었으나, 올해는 60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익법인이나 귀착 분석이 곤란한 일부 항목 등을 합친 세 부담 감소 효과는 281억원으로 추산됐다.


2019년을 기준연도로 향후 5년간 세수 효과를 산정하는 누적법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3천773억원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4천484억원 줄어든다. 귀착 분석이 곤란한 일부 항목 등을 합친 기타 세 부담 감소도 1천907억원이었다. 특히 대기업의 세 부담이 2천62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대기업에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한 것은 '한시적 조치'로, 현 정부의 기조가 대기업 증세에서 감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첫 세제 개편안에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최고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며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겨냥해 증세했고, 작년 세제개편 때는 저소득층을 위한 조세 지출을 대폭 늘렸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올해는 경제 상황이 엄중해서 한시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며 "(대기업에 대한 증세 기조가)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재정악화 경계해야" vs "재정건전성 문제없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이 계속 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책까지 추가되며 대규모 조세 지출이 단행되고 있지만, 정작 세입 기반 확충 노력은 미진한 점을 들어 재정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내년 예산을 9.5% 이상 증액 편성할 경우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은 만큼 국가 부채의 급증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현 세대에 세금 부담을 주지 않고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 세수효과 분석에 지방소비세율 인상분 5조1천억원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세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지출구조나 예산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책적 목적으로 세제 감면 규정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며 "감면 효과가 의문시되는 것은 물론, 감면은 조세 형평을 훼손하므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시적 대책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일 뿐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이번에 세수 감소 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로, 1년간 한시적 적용이기 때문에 재정 악화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업 설비투자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이 경제활력 회복을 우선순위에 둔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지만, 투자 지원 확대가 한시적이고 세수 감소 효과로 따져본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실질적인 투자 활력 효과를 거두기엔 다소 미흡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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