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자유형 200m서 10대 선수들 제치고 금메달…8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 세계선수권, 환상적이었다"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탈리아 수영 팬들은 2004년 페데리카 펠레그리니(31)의 등장에 열광했다.
그는 만 16세의 나이로 아테네 올림픽 여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이탈리아 스포츠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펠레그리니는 승승장구했다.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같은 해 베이징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자유형 200m에서 펠레그리니를 제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펠레그리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실력보다 외모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인기는 구설을 몰고 왔다. 펠레그리니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생활도 노출됐다. 펠레그리니는 2008년 프랑스 여자 대표팀 로르 마노두의 연인이었던 이탈리아 대표팀 루카 마린과 연인 관계로 발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펠레그리니를 둘러싼 가십거리는 그의 멘털을 흔들었다.
펠레그리니는 자신의 몸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영복 안에 한 겹의 훈련 수영복을 더 껴입기도 했다.
하지만 펠레그리니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자신의 주 종목인 여자 자유형 200m의 왕좌를 한 번도 내주지 않으며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그는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까지 7개 세계선수권대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간 펠레그리니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2·미국)도 이 종목에서만큼은 펠레그리니를 넘어서지 못했다.
펠레그리니는 수영 선수로는 '환갑'인 30대에 접어든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수많은 10대 젊은 선수들이 펠레그리니를 위협했지만, 그는 앞만 보고 외길을 걸었다.
그는 30대에 치른 첫 세계선수권대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을 받았다.
그는 24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00m 자유형 결승에서 이번 대회 파란을 일으킨 샛별들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여자 자유형 400m에서 러데키의 4연패를 가로막으며 금메달을 획득한 아리안 티트머스(19·호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 우승자 페니 올렉시액(19·캐나다)과 기량을 겨뤘다.
초반 50m까지는 힘들어 보였다. 펠레그리니는 7위로 처졌다.
그러나 펠레그리니는 한 명씨 따라잡으며 150m 구간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갔고, 마지막 50m 구간에서 티트머스를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는 1분54초22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펠레그리니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200m에서만 8회 연속 메달 금자탑을 쌓았다.
경기를 마친 펠레그리니는 "광주 대회는 내 선수 인생의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였다"며 피날레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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