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는 몸 낮춰…"완전히 새로운 기준 수립할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50억 달러(약 5조9천억원)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됐지만 처벌 수위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0억 달러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한 벌금으로는 최대 규모지만 페이스북의 막대한 매출 규모에 비춰보면 징벌적 성격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당장 FTC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현재 FTC는 공화당 측 위원 3명과 민주당 측 위원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공화당 위원들은 이번 합의안에 찬성한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쪽 레베카 켈리 슬로터 위원과 로힛 초프라 위원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잠정적 벌금이 50억 달러라는 사실이 보도된 뒤 페이스북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은 시장이 '이런 수준의 벌금이라면 법 위반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은 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페이스북과 그 임원들이 무엇을 알았고 어떻게 이익을 얻었는지와 관련된 더 많은 데이터와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를 더 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초프라 위원은 FTC의 결정이 "페이스북에 많은 축하할 일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페이스북의 노골적인 위반 행위는 대중에 대한 감시와 조작이라는 그들 사업모델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이번 합의는 이런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이번 벌금 50억원은 지난해 페이스북의 연간 매출액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의 최근 수익은 FTC의 벌금이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8%나 증가한 168억9천만 달러(약 19조9천억원)라고 발표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의 실적이 이 회사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며 "비판론자들에게는 반복된 사생활 보호 실패와 가짜 뉴스로 두들겨야 할 샌드백이지만, 타깃 광고의 수익 창출능력을 소중히 여기는 투자자에게는 총아"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과 저커버그 CEO는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저커버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우리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이미 이 책임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 산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과 다른 임원들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미래의 상품들이 사생활 보호 약속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또 '최고사생활보호책임자'라는 새 역할에 가장 경험 많은 상품 담당자인 미셸 프라티 마케팅 부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임명은 앞으로 페이스북 이사회에 설립될 사생활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고사생활보호책임자는 이 회사의 개인정보 보호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역할로 FTC와 합의 사항 중 하나다.
저커버그는 또 "이 중요한 일(사생활 보호)을 수행하는 데 수백 명의 엔지니어와 1천 명이 넘는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앞으로 이런 절차를 따라 새 상품을 설계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또 이날 FTC와의 합의에 따른 첫 조치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에 제공하던 친구 데이터 접근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데이터는 비디오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등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거나 친구 연락처 정보를 동기화할 때 이용되던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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