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신임국방 "항행의 자유·도발 금지…우리와 같은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란 측의 위협에 맞선 걸프 해역 선박 호위 작전 구상과 관련해 유럽이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유럽과 미국의 계획이 상호보완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영국이 제안한 유럽 주도의 호위 작전이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제안한 '호위 연합체' 구상과 상호보완적이라는 의견을 24일(현지시간)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그것은 모두 우리가 보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즉 항행의 자유와 이 해협에서 도발하지 말자는 것이다"며 기자들에게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달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이란이 억류한 후 이란과 영국 사이에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며 호위 연합체의 목적은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긴장을 단계적으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전제 조건 없이 언제든, 어디서든 그들과 만나 어떻게 협상으로 복귀할지 얘기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매우 명확하게 보내려고 한다"며 미국은 핵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이란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발언은 영국의 구상과 미국의 제안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강조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의 앞선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영국이 제안한 유럽의 호위 작전 구상에 대해 "우리의 것과 따로 떨어진 독립적인 시도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이란에 대한 압력 작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행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영국이 제안한 호위 작전에 유럽 국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미국의 제안과는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이란이 억류한 것을 납치로 규정하면서, 걸프 해역에서 유럽 주도의 호위 작전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핵 합의를 지키는데 헌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미국이 추진하는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 정책의 일부가 아니다"며 미국과의 거리를 두기를 시사했다.
영국의 제안에 대해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네덜란드, 스페인, 폴란드, 독일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이 지난달 하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유사한 내용을 제안했고 유럽 동맹국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측은 독자적인 계획을 세워 미국과 이란의 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다만 영국 가디언의 앞선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는 걸프 지역 해상 안전 활동에서 굳이 미국을 배제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영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헌트는 존슨 신임 총리 취임과 함께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새 외무장관에 기용됨에 따라 물러났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이 추진하는 호위 연합체에 관해 "우리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으로만 우리 배를 호위할 것이고 다른 국가는 그들의 배를 호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드시 모든 미국 선박 바로 뒤에 구축함이 한척씩 따라붙는 방식은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