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대형 다리 건설에 어린이가 제물로 바쳐진다는 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돌면서 8명이 범죄자로 오인돼 피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다카트리뷴 등 현지 매체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아이를 둔 '싱글맘' 타슬리마 베굼은 지난 20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학교 앞에서 폭도에게 집단 폭행당한 끝에 숨졌다.
누군가 그를 아동 납치범으로 의심하면서 공격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한 교사 "인파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각장애인도 같은 날 다카 외곽에 딸을 방문하러 왔다가 피살됐다.
이 밖에도 30명이 넘는 이들이 폭도에게 공격받아 다쳤다.
이들은 모두 다카 인근 파드마 대교 건설에 어린이가 납치돼 제물로 쓰인다는 소문과 관련해 희생됐다.
앞서 이달 초 현지 매체에서는 한 젊은 남성이 훼손된 어린이의 머리로 추정되는 것을 들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 후 페이스북 등에는 "납치범들이 다리 건설 제물용으로 어린이의 머리와 피를 모으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여러 건 올라왔다.
이후 관련 루머는 순식간에 확산했고 납치범을 잡겠다며 자경단이 나섰다가 8명의 목숨을 앗은 것이다.
자베드 파트와리 방글라데시 경찰청장은 "군중에 희생된 8명과 관련해 조사를 벌였는데 아무도 아동 납치와 관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베굼 살해와 관련해 8명을 체포했고, 루머를 퍼뜨린 혐의로 다른 5명을 구금한 상태다.
경찰은 루머 확산 통로로 이용된 주요 SNS 채널도 폐쇄했다. 지금까지 유튜브 25개 채널, 페이스북 60개 계정, 웹사이트 10개가 문을 닫았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도 루머 확산과 집단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 남아시아에서는 가짜 뉴스로 인한 살인사건과 폭동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인도 서부에서도 행인 5명이 한 마을을 지나다가 주민 40여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마을 주민은 왓츠앱에 떠돈 루머를 믿고 이들을 유괴범으로 오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룰 이슬람 다카대 교수는 "이런 루머 관련 집단 폭행 사건은 사람들이 법질서 시스템을 불신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루머는 사회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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