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축구경기서 울려 퍼진 '민중의 노래'…'송환법 반대' 외쳐

입력 2019-07-25 12:31  

홍콩 축구경기서 울려 퍼진 '민중의 노래'…'송환법 반대' 외쳐
21일 '백색테러' 규탄하고자 경기 시작 후 21분 되자 노래 불러
27일 백색테러 규탄 집회 개최 놓고 경찰-재야단체 갈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4일 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와 홍콩 축구팀 킷치의 친선경기가 열린 홍콩경기장.
경기 시작 후 21분이 되자 관중들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기 시작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송환법 철폐', '홍콩은 경찰국가', '홍콩을 구하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고, 관중들은 "자유 홍콩"을 외쳤다.
경기 시작 후 21분에 이러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난 21일 발생한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1일 밤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들이닥쳐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콩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백색테러를 규탄하기 위해 축구경기 관중들은 이러한 시위를 기획했고, 경기 후반전 시작 21분 후에도 저항의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백색테러를 규탄했다.
하지만 오는 27일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한 위안랑 지역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규탄집회는 경찰이 개최를 불허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전했다.
홍콩에서는 50인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 집회를 개최할 때는 집회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초 27일과 28일 홍함, 토카완, 정관오 등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던 재야단체 등은 이를 모두 취소하고 27일 오후 4시 위안랑 역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백색테러 사건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백색테러 가담자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남핀와이 마을을 파괴하자는 주장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3일 오후에는 주말 집회로 인한 충돌을 우려하는 수십 명의 지역 주민들이 위안랑 경찰서로 몰려와 경찰이 집회 허가서를 발부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경찰이 집회를 불허한다고 하더라도 백색테러 규탄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 주홍콩 총영사관은 백색테러 사건 후 자국민들에게 홍콩을 여행할 때 시위장소를 피하고 안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일요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중시 구의 쑨원기념공원까지 행진할 예정인데, 이 근처에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있어 이날 또한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는 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한편 홍콩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경찰의 시위대 진압 등 공권력 행사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는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홍콩 정부에 촉구했다.
홍콩 정부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혁신사무처 직원들과 이민, 관세, 소방 등의 행정 책임자인 행정주임 400여 명도 경찰의 행동을 규탄하고 독립된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은 반부패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에 21일 밤 백색테러에서 경찰과 폭력배의 결탁이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21일 밤 백색테러 사건 발생 당시 홍콩 경찰은 신고를 받은 후 35분이나 지나서야 늑장 출동한 데다, 경찰 지휘관이 백색테러 가담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까지 유포돼 '경찰-폭력배 유착설'이 제기됐다.
홍콩 경찰은 지금껏 백색테러 용의자 12명을 체포했는데, 여기에는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 일파인 '워싱워(和勝和)', '14K' 등의 조직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염정공서는 민주당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관련 법규에 근거해 엄중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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