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또다시 '외나무다리'…이번엔 핀테크 맞대결(종합)

입력 2019-07-28 12:46  

네이버·카카오, 또다시 '외나무다리'…이번엔 핀테크 맞대결(종합)
오프라인 간편결제·금융 서비스 등 경쟁 불가피…'한국의 알리페이' 같은 목표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포털 공룡' 네이버가 오프라인 간편결제와 금융 서비스 등 국내 핀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미 이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메신저 공룡' 카카오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을 전후해 포털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다음'에 네이버가 도전했던 과거가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체 발표 기준 네이버페이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천만명, 카카오페이는 1천500만명에 달한다.
언뜻 보면 경쟁 관계 같지만, 두 회사의 대표 사업이 포털과 메신저로 나뉜 것처럼 간편결제 서비스의 주 무대도 지금까지는 크게 겹치지 않았다.
네이버는 자사 쇼핑 검색 서비스의 결제 수단으로 네이버페이에 집중해왔을 뿐 그 외 분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기반의 각종 쇼핑 서비스를 넘어 오프라인 간편결제 및 금융 상품 등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다.

그러나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생활 금융 플랫폼'을 표방한 네이버의 1차 목표는 간편결제 사업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3분기 식당예약·현장결제·포장 등 서비스 '테이블오더'로 첫 포문을 연다. 이어 대출·보험·투자 등 금융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막강한 검색 서비스와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풍부한 이용자 데이터는 자타가 공인하는 네이버의 강점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초대 대표로 내정된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월 1천만명 이상의 결제자와 데이터의 깊이가 다른 플랫폼과의 핵심적 차이"라고 내세웠다.
준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네이버는 올해 초 식당 등을 이용한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내면 포인트를 주는 행사를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맞춤형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위한 이용자 데이터 수집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 미래에셋으로부터 5천억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받을 정도로 초반 사업을 위한 '실탄'도 든든히 마련했다.
카카오는 네이버가 진출하고자 하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및 금융 상품·서비스 등에서 이미 한발 앞서있다.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가맹점은 올해 초 20만곳을 넘겼고, 4만여곳에 육박하는 알리페이 국내 가맹점에서도 조만간 연동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결제액이 10조원을 돌파하며 벌써 지난해의 절반을 넘길 정도로 외형적 성장세는 가파르다.
또 송금·투자·배송·보험·증권 등 여타 금융 서비스 진출에서도 이미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하고 일부는 이미 개시했다.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의 존재도 네이버에는 없는 카카오의 큰 장점이다.
네이버가 핀테크 사업의 롤모델로 선언한 '알리페이'는 공교롭게도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다. 알리페이의 모회사 앤트파이낸셜은 2017년 카카오페이에 2천300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양측이 장점을 가진 분야가 뚜렷하다 보니 정면 대결보다는 신규 서비스 개발과 틈새시장 공략 위주로 흘러가리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이문종 연구원은 "네이버페이의 확장은 초기 예약과 페이와의 연결이며 이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 추천 등으로 추정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쟁이 가능하나, 카카오가 보유한 핵심경쟁력인 송금·뱅킹 등 비즈니스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ljungber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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